[사설] 자중지란 키운 尹·權 문자… 한심한 집권당 민낯

입력 2022-07-28 04:01
지난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은 많은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중징계를 당한 이준석 대표를 윤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승자박 격이었던 초유의 당대표 징계 절차가 왜 논란을 무릅쓰고 진행됐는지, 한창 힘이 실릴 집권 초기 여당이 왜 그리 지리멸렬했는지…. 윤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를 못마땅히 여겼다는 게 확인된 셈이었다. 이는 이 대표 징계에 윤 대통령의 뜻이 작용했겠구나, 이른바 ‘윤핵관’ 세력이 움직였겠구나, 그렇게 권력다툼을 벌이느라 집권당에서 잡음과 헛발질이 끊이지 않았구나, 하는 해석을 낳았다. 정권 내부의 자중지란을 스스로 키운 꼴이 됐다. 한심한 일이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이런 문자나 주고받을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라 안팎의 경제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민생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 일을 팽개친 국회는 50일 넘게 공전하다 이제 막 문을 열었는데, 여소야대 국면이라 정부가 추진하는 어떤 법안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여당이 결속을 다지고 힘을 모아도 만만치 않은 위기 상황에서 두 사람의 문자는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과 동떨어져 있었다. 청년 당대표가 폄하되는 문장을 보면서 청년들은 토사구팽이란 말을 떠올렸을 테고, 고달픈 민생에 신음하는 이들은 한가한 권력다툼의 민낯을 보았을 것이다. 대통령실은 사적 대화의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그것이 일으킨 파장은 이미 사적이지 않다. 진솔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 여당 리더십은 국정의 동력이 되기는커녕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돼버렸다. 불과 넉 달 만에 권 원내대표가 몇 번째 사과를 했는지 모른다. ‘검수완박’ 법안에 덜컥 합의해 혼선을 초래하고, 대통령실 9급 채용 문제로 물의를 빚더니, 이번엔 대통령과의 문자 대화를 노출해 파장을 일으켰다. 문제를 수습해야 할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는 집권당의 모습은 당황스럽다. 이런 지도력으로 수많은 민생 과제를 풀고, 추락하는 정권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윤 대통령은 텔레그램 대화에서 “우리 당도 잘하네요”라고 했는데, 도대체 뭘 잘했다는 것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여당은 정권의 한 축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 그것을 해내지 못하면 국정은 순탄할 수 없고, 민생은 평탄할 리 없다. 국민의힘이 여당의 역량을 갖췄는지, 지금 많은 국민이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진지한 자성과 쇄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