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내부 총질’ 문자가 공개된 다음 날인 27일 기자들과의 문답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외부 일정을 이유로 출근길 문답을 하지 않은 데 이어, 용산 대통령실로 돌아온 이후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의 문자 내용이 노출된 데 대해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마치고 11시20분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했다. 일부 기자가 출입문 근처에서 질문을 던졌지만 윤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집무실로 향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권 대행의 문자 내용 노출에 부담을 느끼고 기자들과의 문답을 회피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최영범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갑자기 대통령이 외부행사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도어스테핑 형식을 빌려서 이를테면 ‘앰부시(ambush·매복)’라고 하는 그런 취재를 하겠다고 하는 건 온당치 않은 것 같다”며 “우리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고 국군통수권자”라고 강조했다.
최 수석은 이어 윤 대통령과 권 대행 간의 문자 논란에 대해선 “제가 아는 한 당무는 당 지도부가 알아서 잘 꾸려나갈 일이고 윤 대통령이 일일이 지침을 주거나 하는 일이 없다”며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으로 언급하는 바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연한 기회에 노출된 문자 메시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거기에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건 조금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이 돼서 국민이나 여러 언론이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권 대행에 대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적 대화를 크게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결국 권 대행의 부주의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이번 문자 노출 파동으로 윤 대통령의 30% 초반대 지지율까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대표에 대한 충성도가 강한 2030세대 남성층을 중심으로 지지세력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질 경우 국정운영에 상당한 지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