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첨단 패키징’ 중심 220억 달러 투자… 반도체도 동맹 구축

입력 2022-07-28 04:04
조 바이든(왼쪽 스크린)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화상면담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에 150억 달러, 그린에너지 분야에 50억 달러 등 총 220억 달러(약 28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 내 신규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적 발표”라고 치켜세웠다. AP연합뉴스

SK그룹이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반도체에서도 미국과 견고한 동맹을 구축하고 나섰다. 특히 반도체 업계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첨단 패키징’에 투자를 집중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갖고 22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 투자계획까지 합하면 총액은 290억 달러에 이른다. 최 회장은 “한·미 양국은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협력은 핵심 기술과 관련한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공개한 투자계획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반도체다. SK그룹은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15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미 SK그룹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포드와의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70억 달러를 쏟아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반도체에는 이보다 배 이상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SK그룹이 반도체에서도 미국과의 동맹을 탄탄하게 형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발전 속도가 더뎌지면서 패키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패키징은 반도체 특성을 구현한 칩을 제품화하는 단계다. 칩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외부로 연결되는 전기적 통로를 구축하고 칩을 보호하는 구조를 만든다. 여러 개의 칩을 쌓아 고용량을 구현하거나, 전기적 경로를 정교하게 배치해 제품 속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게 패키지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그래픽카드 등에 사용하는 고대역 메모리(HBM)을 만들 때 여러 개의 칩을 쌓는데, 여기에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쓴다.

이밖에 SK그룹은 세포 유전자 치료제 분야에 20억 달러, 첨단 소형 원자로 등의 그린에너지 분야에 50억 달러를 새로 투입하기로 했다. SK그룹은 “반도체 R&D 투자는 단순히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만 그치지 않고, SK하이닉스의 기술력 강화로 이어진다. 결국 한국 반도체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는 2026년까지 계획한 전체 투자규모 247조원 가운데 179조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매출 13조8110억원을 거두며 분기 사상 최대 매출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4조1926억원으로 2개 분기 만에 다시 4조원대 영업이익, 30%대의 영업이익률을 회복했다. 다만 하반기 실적 전망은 불투명하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관측한다. 고객사들이 재고를 확보하면서 서버용 메모리 신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SK하이닉스 노종원 사업담당 사장은 “경영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