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97억 횡령도, 1년 무단결근도 모른 황당한 우리은행

입력 2022-07-28 04:03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그제 발표한 우리은행 697억원 횡령 사고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고도 어처구니없다. 횡령 직원이 8년에 걸쳐 거액을 빼돌렸는데도 적발하지 못할 정도로 내부통제 장치가 허술했던 것도 그렇지만 이 직원이 외부 기관에 파견 간다고 허위 보고한 후 1년 넘게 무단결근했는데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2년 6월부터 횡령을 저질러온 직원 A씨는 2019년 10월 국내 한 정부 기관에 파견을 간다고 허위로 구두 보고를 한 후 이듬해 11월까지 무단결근했다. 파견 가겠다고 한 기관에 몇 차례 들렀을 뿐 대부분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정부기관은 A씨의 파견을 받은 바 없다고 했다는데 더더욱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파견 기관도 모르는 파견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횡령사건이 불거진 후 내부 감사를 했는데도 허위 파견, 무단결근을 금감원이 확인하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횡령 등 사고를 막기 위한 통제 장치도 4대 시중은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술했다. A씨는 직인을 도용하고 관련 문서를 위조해 수차례 횡령했는데도 잡아내지 못했다. 통장과 직인 관리자가 분리돼 있지 않았고 직인 도용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결재 방식도 수기결재여서 내용의 진위를 사전 확인하거나 사후 점검하기 어려웠다. 사고 위험이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에게 불시에 휴가를 부여한 뒤 직무 내용을 점검하는 명령휴가도 A씨에겐 한 번도 적용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이다. 이런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길 수 있겠나.

횡령과 허위 파견 등에 관련된 임직원들에게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우리은행에 여러 차례 검사를 나갔는데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금감원의 감독 부실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