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식품 제조업체인 A사는 최근 소비자 판매가를 전격 인상했다. 표면적으로는 식재료 단가가 올라서 가격을 올린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굳이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는 분석이다. 이익금 중 상당 부분을 A사 대표 B씨가 빼돌리지 않았다면 가격 인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B씨는 수출 대금을 법인계좌가 아닌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로 입금받았다. 이 과정에서 소득신고를 누락해 세금조차 내지 않았다. 회사에서 실제 근무하지 않는 B대표 자녀가 직원마냥 연간 수억원의 급여를 지급받은 사실도 포착됐다. B씨 자녀는 법인 명의로 10대가 넘는 고가의 슈퍼카를 구매해 사적으로 유용하기도 했다. 차량 가격 총액만 26억원에 달한다. B씨의 탈세 행위를 포함한 각종 행태는 세정 당국의 감시망에 걸렸다. 국세청은 B씨를 대상으로 매출 누락, 법인자산 사적사용 혐의와 관련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국세청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국세청은 B씨 등 모두 99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민생 탈세자’에 초점을 맞췄다. B씨처럼 과도하게 먹거리 가격을 인상한 사례 등 서민 기본 생활 분야 폭리 탈세자가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실손보험 사기 브로커 등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이들이 32명으로 뒤를 이었다. 불법 대부업자 등 서민을 울리는 탈세자(19명)와 고액 입시 컨설팅 학원, 장례식장 등 부양·장례비 부담을 키우는 탈세자(15명)도 샅샅이 들여다본다.
국세청은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6.0%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어 오른 상황을 감안했다. 물가 상승에 편승해 폭리를 취하는 이들이 탈세까지 일삼는 행태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지난 22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주재하며 민생침해·불공정·역외·신종 탈세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장바구니 물가를 높이는 반사회적 탈세자 등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