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내가 죽어야 해요.”
중학생 아들이 아침마다 학교에 가는 차 안에서 엄마에게 하는 말이다. 엄마는 차로 학교에 데려다주는 그 짧은 시간에 무언가 교훈을 가르치고 때론 성경 말씀도 들려주려 하지만, 아이는 한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점프하고 몸을 굴리고 달음박질하는 스마트폰 게임에 여념이 없다. 다 왔다고 하면 “지금은 그만둘 수 없어요. 이번 판까지만 깨고 죽게 해 주세요. 그다음에 차에서 내릴게요”라고 답한다.
‘내 영혼 안정시키기’(규장)의 공저자인 캐런 이먼은 “내가 죽는다는 그 말이 내 영혼에 다가왔다”고 밝힌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로서 매일 나는 자신을 죽여야 하지만, 일상에선 거꾸로 자신을 높이고 더 끌어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다른 사람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 바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 사도 바울의 저 고백을 기억하며 어떤 반응을 하기 전에, 거친 말을 퍼붓기 전에, 판단하거나 무정한 말을 하기 전에 심호흡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영적인 의미에서 ‘잠깐만, 내가 죽어야 해’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책의 원어 제목은 ‘Settle My Soul’이다. 하퍼콜린스 출판사가 크리스천 독자를 위해 출간했고 2020년 복음주의 기독교출판협의회(ECPA) 올해의 도서로 선정됐다. 저자 캐런 이먼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작가로 ‘잠언 31장 사역’의 강사다. 또 다른 공저자인 루스 슈벤크는 인기 블로그인 ‘TheBetterMom.com’을 개설해 운영한다. 이들은 엄마로 아내로 사역자로 일상에서 주님을 만나는 100가지 조용한 순간에 대해 저술했다.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멈추고 주님 곁에 머물라”고 속삭인다.
어디를 보나 산들만 보이는 것 같은 상황, 개어서 정리해야 할 빨래 더미, 분류해야 할 서류들, 답해야 할 이메일, 설거지할 그릇들이 넘쳐날 때 저자들은 시편 62편을 묵상하며 숙련된 등반가들을 떠올린다. 높은 고도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폐의 회복을 위해 잠시 내려가는 이들의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잠자기’를 생각한다. 주님 안에서 쉼을 얻고 영혼을 채울 때 삶의 도전에 직면할 소망과 힘을 얻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