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중국 국장이 본 中國夢 … ‘미국 대체’ 꿈은 이뤄질까

입력 2022-07-28 18:17
지난 3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국 담당 국장인 러쉬 도시는 중국 전략을 분석한 책 ‘롱 게임’에서 중국이 지난 30여년 동안 ‘미국 대체’라는 국가 차원의 대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왔다고 분석한다. 국민일보DB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무엇에 대한 경쟁인가? 누가 세계 질서를 주도할 것인지를 둘러싼 경쟁인가?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을 대체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은?

‘롱 게임’은 이 질문들에 답하려고 한다. 어떤 학자들은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경제 발전과 국내 안정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중국이 보여주는 공세적인 모습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성격 때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편에는 중국이 지역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미국을 대체하고자 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 책을 쓴 러쉬 도시는 후자의 관점을 대표한다. 저자는 소련 붕괴로 냉전이 끝난 이후 30여년 동안 중국이 처음에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현재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미국식 질서를 대체하려는 국가 차원의 대전략을 추진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러쉬 도시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 담당 국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무게는 남다르다. 러쉬 도시는 자신의 주장을 중국의 일급 자료들을 통해 논증한다. 당 대회에서 총서기가 발표하는 보고서와 지도자급 연설문, 대사회의와 중앙외사공작회의 등 중요 외교정책 회의에서 발표된 연설문, 인민일보 등 당 언론 보도, 정부 부처와 군에서 발행한 문서, 고위 관리들의 회고록과 선집, 주요 외교관과 학자들의 견해, 정부 측 싱크탱크 논평 등을 꼼꼼하게 인용하며 중국의 대전략을 드러낸다.

지난 30년간 중국이 추진해온 미국 대체 전략을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는 점도 이 책의 강점이다. 러쉬 도시는 중국의 대전략은 중국과 미국의 힘의 격차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3단계로 진행되었으며, 중국공산당의 주도와 조율 아래 군사·경제·정치적인 다양한 수단을 통해 실행되었다고 주장한다.


첫 단계는 1989년부터 2008년까지의 ‘도광양회(韜光養晦·능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 시기다. 1989년 톈안먼 시위는 중국에게 미국의 이데올로기 위협을 인식하게 했고, 걸프전쟁의 신속한 승리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상기시켰으며,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진 것은 미국의 지정학적 위협을 생각하게 했다. 이로부터 미국의 힘을 대체하기 위한 중국의 투쟁이 시작됐다.

다만 중국은 미국의 힘이 월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정치·경제적 레버리지를 약화시키는 ‘약화시키기’를 추진했다. 미군이 중국 근처의 바다를 통제하거나 개입할 능력을 약화시키는 ‘해양 거부’ 전략, 지역 기구들에 가입해 미국의 영향력을 정지 시키기, 미국의 경제 압박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WTO 가입 등이 이 시기에 추진됐다.

두 번째 단계는 2009년부터 2016년 사이의 ‘유소작위(有所作爲·무언가를 성취하기)’ 시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미국과의 국력 격차가 축소되었다는 편단 아래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중국 외교의 최고 관심은 미국에서 ‘주변 국가’로 이동했고, “중국의 이웃 지역을 운명공동체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나아갔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정책이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과 일대일로 구상이다.

세 번째 단계는 2016년 이후 지금까지로 ‘100년 만의 대변동’ 시기다. 중국은 브렉시트,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코로나19 대응 실패 등을 미국 쇠퇴의 결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을 대체하려는 시도를 공세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연설에서 “오늘날 세계는 100년 만의 대변동을 겪고 있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은 중대한 시기에 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자들의 발언에서 거듭 나타나는 ‘100년 만의 대변동’이란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을 함께 의미한다.

이 책이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건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대중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관점을 대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정책 담당자가 문서적 접근 방식을 통해 중국 전략을 해부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이유가 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