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한 시행령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다음 달 2일 경찰국 출범은 사실상 굳어졌다. 그러나 일선 경찰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 경찰국 신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의 ‘항전’ 기류가 지속될지도 관심사다.
반발 움직임은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류삼영 총경 등을 중심으로 한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류 총경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저에 대한 대기발령 처분과 관련해 소송 등 불복절차를 통해 그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가 법치주의를 위반한 대통령령에 대해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해달라”는 촉구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법적 대응을 위한 모금운동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런 대응이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류 총경에 대한 인사조치가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같이 외치고 있고, 경찰국 신설안의 위법성도 문제 삼는 상황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야당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 건의안 등을 거론하면서 오히려 경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경찰국 출범 이후에도 이 문제를 둘러싼 경찰 지휘부와 일선의 ‘경경(警警)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지역의 한 경찰서장은 “경찰국 신설에 대해 서장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장회의 참석자 등에 대한 감찰·징계 절차가 어떻에 결론나는지도 변수다.
다만 반발 기세가 유지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당장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취임 이후 예정된 경무관·총경 전보 인사를 통해 반발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가능성이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인사가 ‘반대 목소리는 철저히 응징한다’는 결과로 나온다면 이의제기를 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부도 내부 수습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류 총경은 이날 오후 30일로 예고된 전체 경찰회의 개최를 만류하며 윤 후보자에게 현장 의견 수렴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청은 27일부터 사흘간 전국 지방경찰청을 돌면서 경감 이하 경찰관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휘부와 일선 간 갈등 봉합을 모색하면서 ‘수사 인프라 확충’ 등 얻을 것을 요구하자는 ‘실리론’이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판 안명진 성윤수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