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이 ‘자금 통로’ 의혹을 받는 테라폼랩스 자회사 플렉시코퍼레이션(플렉시)에 대해 “국내 투자자들이 테라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라며 “개발 용역도 일부 수행했던 것으로 안다”고 26일 국민일보에 밝혔다.
플렉시는 신 의장이 한때 대표로 재직했던 회사로, 테라폼랩스와 신 의장이 설립한 핀테크사 차이코퍼레이션(차이)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한 정황이 나온 곳이다. 최근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도 포함됐다. 신 의장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의 동업 관계를 과거에 청산했다는 입장이지만, 권 대표가 해외 체류 중인 상황이라 현재 검찰 수사는 신 의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은 가상화폐 루나·테라 사건과 관련해 권 대표가 사내이사로 등재된 플렉시를 최근 압수수색했으며, 회사의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최근 플렉시가 대규모의 가상화폐 수익을 현금화해 차이에 보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테라폼랩스의 싱가포르 본사에서 조세회피처를 거쳐 플렉시로 자금이 송금된 정황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 의장 측이 플렉시에 대해 ‘국내 테라 투자를 위한 SPC’라고 설명한 건 플렉시가 권 대표의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 회사의 존재는 신 의장과 권 대표의 관계가 실제 2년여 전 청산된 게 사실인지 의문은 남아있다. 플렉시와 신 의장이 설립한 한 소프트웨어 업체는 등기부등본상 주소가 같다. 신 의장은 2020년 3월 권 대표와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하지만, 등본에는 같은 해 12월까지 플렉시에서 대표로 재직한 것으로도 돼 있다. 테라폼랩스의 핵심 개발자가 “신현성이 뒤에 있다” “믿어라. 망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는 전직 직원의 발언도 나온 바 있다(국민일보 2022년 6월 27일자 12면 참조).
신 의장은 과거 ‘전자상거래에 활용되는 코인 사업’을 구상한 건 맞지만, 각종 규제로 경쟁력 있는 사업 추진이 어렵고 수익성도 악화돼 권 대표와는 2020년 3월 갈라섰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권 대표와 동업 관계를 청산할 때 경영 분리 작업이 진행됐으며 직원과 사무실, 업무망 역시 분리했다고 주장했다. 신 의장은 루나·테라 폭락의 원인이 된 연 19.4%의 이자 지급 상품인 ‘앵커프로토콜’ 개발에도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