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5분 새 3골 넣는 등 무려 4골을 폭발시키는 화력쇼를 펼치며 대만을 대파했다. 강호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대표팀은 동아시안컵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26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최종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4대 0 승리를 거뒀다. 이날 벨 감독은 지소연을 비롯해 최유리 추효주 김혜리 등 정예 라인업을 내세웠다.
경기 초반 수비수 임선주가 부상으로 교체되는 변수가 발생했다. 임선주는 전반 14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딩 슈팅을 시도하다 상대 골키퍼와의 충돌로 부상을 당했다. 임선주는 한동안 경기장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갔다. 벨 감독은 김윤지를 투입했다.
한국은 갑작스러운 교체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만을 압박했다. 좌우 방향 전환을 통한 측면 크로스를 통해 대만을 흔들었다. 하지만 라인을 내리고 수비벽을 두텁게 쌓은 대만의 골문을 좀처럼 열지 못했다. 한국은 수차례 공격을 시도한 끝에 결국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민아는 전반 35분 장슬기의 언더래핑에 이은 컷백 크로스를 방향만 돌려놓으면서 골을 만들었다.
기세를 탄 한국은 매서웠다. 첫 골이 터진 지 3분 만에 강채림이 추가 골을 만들어냈고, 전반 40분엔 이민아가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친 뒤 깔끔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5분 사이에 3골을 만들어낸 대표팀은 전반을 3-0으로 앞선 채 끝냈다.
한국은 후반 초반 ‘에이스’ 지소연이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입고 교체되는 악재를 맞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대만의 골문을 공략했다. 후반 32분 추효주가 이민아의 패스를 받아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맞고 나갔다. 벨 감독은 후반 34분 박은선 등 3명을 교체 투입했다. 한국은 후반 추가 시간 쐐기 골을 뽑았다. 고민정이 강채림의 크로스를 그대로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는 한국의 4대 0 승리로 끝났다.
17년 만에 동아시아 정상에 도전했던 벨호는 1승 1무 1패로 대회를 마쳤다. 목표 달성엔 실패했지만 소득은 있었다. 일본, 중국 등 세계적 강호들을 상대로 경기력을 실험했고 보완점도 발견했다. 벨 감독은 “두 팀을 상대로 우리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중국 일본과 거리가 좁혀졌다고 생각한다”며 “경기들을 통해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선수들이 강호와 경기를 치르며 경험을 쌓은 점도 긍정적 요소다.
보완 과제를 확인한 벨호는 내년 호주와 뉴질랜드가 공동 개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특히 신체 능력, 체력적인 부분, 후반 집중력 등에서 약점을 노출한 만큼 월드컵까지 이 점을 보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