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을 다룬 영화의 왜장 역할이라고 단순히 ‘빌런’(악당)이라 생각하면 틀에 갇힐 것 같았다. 와키자카는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장군, 사람 냄새 나는 인물, 빌런이 아닌 안타고니스트(적대자)였다.”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변요한(사진)이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와키자카 역을 연기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산’은 2014년 관객 1700만여명의 박스오피스 대기록을 세운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 ‘명량’에선 와키자카를 배우 조진웅이 연기했다. 변요한은 “예전에 ‘명량’은 봤지만 ‘한산’ 대본을 받은 후엔 떠올리지 않았다. 그래야 저만의 와키자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영화에서 패기와 욕망이 있는, 불같은 와키자카의 모습을 만드는 데 방해되는 어떤 에너지도 용납하지 않았다. 폭발할 정도로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연기해야 했다. 갑옷에 몸을 맞추기 위해 체중도 25㎏이나 늘렸다. 가장 큰 과제는 이순신에 맞서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었다. 변요한은 “거북선을 목격하고 공포에 질린 부하들에게 ‘두려움은 전염병이다’라고 말했지만 와키자카도 이순신을 두려워했다”며 “감정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매 순간이 숙제같았고, 그게 해결되면 용기가 났다”고 떠올렸다.
영화가 개봉할 땐 늘 설레고 기분이 좋다는 변요한은 “천만 관객을 달성하면 좋겠지만 그게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라며 “연기하는 동안 늘 최선을 다해서 쏟아붓고, 그게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