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주 8회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는 총 16부작으로 이제 절반을 지났다. ‘우영우’를 쓴 문지원 작가와 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은 26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획 의도와 제작 과정,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해 설명했다.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문 작가는 이전에 영화 ‘증인’ 시나리오를 쓰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다룬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구성하다가 사건의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면서부터였다”며 “이후 자료 조사를 하다가 자폐인의 특성이 매력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독특한 사고방식이나 엉뚱함, 강한 윤리의식과 정의감, 올곧음, 특정한 관심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 뛰어난 기억력 등이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문 작가는 이어 “자폐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쓴다면 대부분은 자폐가 없는 사람을 주인공이나 이야기의 화자로 설정하고 그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 관찰되는 자폐인을 묘사하게 된다”며 “(이 작품은) 우영우를 주인공으로 하고 다른 매개인 없이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이 없다. 문 작가는 “악당을 설정하지 않은 이유는 우영우가 변호사로서 활동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자폐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자폐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을 보여주면서도 사람들이 우영우를 응원하는 이유가 불쌍하고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사랑스럽고 멋있어서이길 바랐다”고 밝혔다.
이날 유 감독과 문 작가는 ‘우영우’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비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유 감독은 “대부분의 자폐인이나 그 가족은 우영우 같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분명히 있다”며 “그들이 우영우를 보고 더 속상해 하면 어쩌나 생각했고 실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우영우가 자폐인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 작가는 “자문을 주신 교수님이 대본을 보고 ‘자폐인의 장점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들이 가진 특성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대단한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부분을 지지한다고 하셔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우영우와 같은 로펌 소속의 변호사 권민우(주종혁)가 우영우에 대한 배려를 ‘역차별’이라고 비판하는 장면은 크게 화제가 됐다. 문 작가는 권민우를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해당 장면은 우영우 같은 인물이 대형 로펌에 갑자기 나타나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해본 결과라고 했다. 그는 “창작자가 작품을 통해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걸 경계한다”면서 “최수연처럼 살자, 권민우가 되지 말자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극은 변호사로서 우영우의 성장 스토리와 함께 로펌 ‘한바다’ 직원 준호(강태오)와의 러브라인도 그린다. 문 작가는 “자신의 세계에 치중하는 영우가 사랑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자기 세계에 초대하고 발맞춰가는 부분은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다”면서 “후반부에선 영우가 자폐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함께 가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준호 역시 장애가 있는 여성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