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감사에서 업무상 취득한 미공개 개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경작할 의사가 없으면서 농지를 사들인 농지법 위반 사례 등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불법 혐의가 포착된 LH 임직원 18명, 국토교통부 직원 5명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은 26일 ‘국토개발정보 관리 및 농지법 위반 감독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3월 수도권 3기 신도시 발표 직전에 LH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역 인근 토지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참여연대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감사 결과 업무상 취득한 개발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선 LH 직원 8명이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LH 서울지역본부 A씨는 2018년 개발사업이 담긴 업무보고 내용을 보고 경기도 남양주에서 도시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A씨는 배우자 명의로 지인들과 함께 개발사업 지구에서 불과 131m 떨어져 있는 토지와 건물을 약 5억7000만원에 사들였다.
이런 투기 수법은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았다. 대전충남지역본부 B씨는 대전 내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를 선정하는 경영투자심사위원회 심의 자료를 검토하다 개발정보를 알게 돼 개발 예정지역과 가까운 땅 541㎡를 배우자와 약 10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전북지역본부 C씨도 비슷한 방법으로 전북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지구 우선 추진 후보지 주변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LH 직원이 LH 권한을 이용해 부당하게 사적 이득을 챙긴 사례도 포착됐다. 강원지역본부 D씨는 공공주택지구 내 주차장 용지 등을 공급하기 위한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가 유찰된 토지를 지인이 수의계약으로 매입하게 했다. 이후 D씨는 고교 동기, 선배 등과 함께 자금을 모아 권리의무승계 계약을 통해 이 토지를 사들인 뒤 땅값이 올랐을 때 되팔아 6억1300만원의 차익을 챙겼다.
감사원은 A·B·C씨에 대해선 해임을, D씨에 대해선 파면 조치할 것을 LH에 요구했다.
농지법을 위반한 LH 직원 10명과 국토부 직원 5명도 경찰에 수사 의뢰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들은 특정 지역 농지에 투자가치가 있다고 보고 농지로 쓰겠다며 경작 의사를 허위로 작성해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았다.
감사원은 농지법 위반이 횡행하는 이유가 농림축산식품부의 허술한 관리에 있다고 보고 시정을 요구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