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안팎으로 기도 소리가 끊어져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엄청난 영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예수님은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직접 기도의 모범을 보이셨다. 공생애를 시작할 때도 광야에서 40일 금식기도를 했다. 이른 새벽부터 하나님께 기도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제자를 뽑을 때도 밤새워 기도했고,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밤에도 겟세마네 동산에서 부르짖으며 기도하셨다. 기도하면 기적이 일어났다. 에덴동산에서 첫 아담은 사탄의 꾐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금식에 실패하지만, 마지막 아담인 예수 그리스도는 40일 금식을 하고 사탄의 시험과 궤계를 물리쳤다. 벌써 2000여 년 전에 금식기도를 하면 승리와 축복과 기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몸소 입증한 것이다.
올여름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맞는 첫 하계휴가 기간이다. 그래서인지 국내 유명 여행지를 찾아 산과 바다로 떠나는 발걸음이 부쩍 늘고 있다. 인천공항은 출입국 및 검역 절차가 간소화된 국가들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피곤한 일상에서 벗어나 이국적인 환경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들의 들뜬 마음의 표출이기도 하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이달 초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잘 쉬는 것도 영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전했다. 이 목사는 “인간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 집중력과 의욕을 잃게 될 뿐 아니라 불안장애 우울증 만성무기력증과 같은 질병도 앓게 된다”며 “이는 인간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의 삶에서 쉼을 앗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은 열심히 일하라고 말씀하시지만, 동시에 규칙적인 쉼도 강조하신다고 했다. 세상은 우리에게 성장과 발전에 끊임없이 매진하고 앞을 향해 달리는 일에 집중하라고 요구하지만, 때로는 휴식이 필요하며 이를 게으름과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더 나아가 하나님은 스스로 쉼의 본을 보이셨지요. 하나님은 천지창조를 마치신 후 일곱째 날에 안식하셨는데(창 2:2), 이는 하나님이 세상과 사람을 아름답게 지으신 일만큼이나 쉼도 중요하게 생각하셨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창조역사 속에는 일과 안식이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 같은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 목사는 성경에서 안식에 관한 가장 중요한 명령으로 십계명을 들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출 20:8~10)
이 목사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명령은 문자 그대로 하던 일을 멈추라는 의미가 아니라 안식일의 쉼은 그날이 하나님께 구별하여 드리는 거룩한 날이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식의 본질은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참된 크리스천은 세상일을 잠시 잊고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며,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일하던 분주한 손을 이제는 하나님을 향해 올려드리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 삶의 주권이 내게 있지 않고 창조주 하나님께 있음을 삶으로 고백하는 역사가 일어나야 한다.
올여름 지친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해 가족, 친구들과 여가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한국교회 기도원의 뿌리를 찾아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쉼이 될 것이다.
세계인이 모이는 은혜와 기적의 동산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은 금식하며 기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열려있는 초교파 기도의 명소로 1973년 설립됐다. 국내 개신교 교파를 초월해 수많은 성도가 기적을 체험하고 기도 응답을 받은 은혜의 장소다. 처음 공동묘지 관리 창고를 정리해 기도장소로 사용했던 것이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의 시작이었다.
한국교회는 국가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함께 모여 기도함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그동안 기도의 열기가 식어가고 코로나19로 인해 기도운동이 크게 위축되었지만 이제 다시 기도의 영성을 회복해나가고 있다. 금식과 기도를 통한 기적 체험은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성도들의 금식과 기도를 돕기 위해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는 매일 네 차례 예배를 드리고, 하루 세 차례 개인 상담을 하고 있다. 아울러 기도를 통한 내적 치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겟세마네 기도굴 등 총 219개 기도굴을 운영함으로써 성도들이 언제든지 편안하게 마음을 다해 기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1978년 5000명의 성도를 수용할 수 있는 성전과 숙소가 마련된 데 이어 1982년 9월에는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성전과 5000명의 성도가 예배 및 숙소로 사용할 수 있는 2개 동의 부속 성전이 완공됐다. 현재는 부속 성전이 11개 동으로 확장돼 총 2만 명의 성도가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다. 또한 현대식 숙소인 사랑의 집과 개인 기도를 위한 기도굴, 후생관 등 부대시설이 마련돼 있다. 약 1500명의 강사가 365일 하루 4번 예배를 인도하고 있으며 그 중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초교파 강사진으로 편성된 특별성회가 열린다.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 김원철 원장은 “성령 운동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말씀 운동과 기도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며 “한국교회 기도의 엔진으로 성장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도를 동반한 성령 운동을 통해 한국교회 제2의 부흥 역사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밖이 부담되면 서울 도심 한복판,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삼각산기도원(감람산기도원)을 찾아가는 것도 괜찮다. 1950년대 이후 수많은 신앙 선배들이 나라와 민족, 평화통일, 열방을 위해 기도해 온 민족 제단이었으나, 1998년 이 일대에 입산 금지조치가 내려지면서 산상 기도가 불가능해지자 2000년 이후 감람산기도원으로 민족 제단을 옮겨 매주 화요일마다 구국기도회의 전통을 이어왔다. 2015년부터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남선교회 서울연회연합회가 기도 전통을 이어받았다.
기도처를 찾고 싶지만 먼 거리가 부담되는 이들에게 도심 속 기도원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요나3일영성원(원장 이에스더 목사)이다. 이곳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집회와 단식기도 사역을 계속했다. 코로나가 크게 퍼질 때도 우수방역시설로 꼽히며 도심 속 ‘기도 요새’ 역할을 해냈다. 3일 금식기도가 특징이다. 입소자는 휴대전화를 끄고 외부와 소통을 차단한다. 음식은 물론 물도 입에 대지 않는다. 이들은 영성원의 정규 집회에 참석하고 길이 2m, 폭 80cm인 기도 골방에서 기도한다.
이 밖에 서울 영락교회 설립자 한경직 목사가 설립한 도봉구 영락기도원, 연세중앙교회 윤석전 목사가 세운 경기도 화성시 흰돌산수양관, 경남 양산 감림산기도원, 경기도 남양주 별내 천보산민족기도원, 가평 한얼산기도원, 광주광역시 무등산제일기도원, 경남 김해 무척산기도원, 전남 나주 성좌산기도원, 장성 남경산기도원, 등도 올여름 가볼 만한 기도원이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