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텍 물량 수주’ 인텔, 파운드리 2강 구도 흔들까

입력 2022-07-27 04:05
국민DB

미국 인텔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으로 대만의 팹리스(설계) 기업 미디어텍을 확보했다. 인텔은 지난해 3월 파운드리 분야에 재진입을 선언한 이후 퀄컴, 아마존 같은 대형 고객사를 잇따라 유치하며 공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TSMC·삼성전자의 양강 구도였던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텔과 미디어텍은 25일(현지시간)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공정을 사용해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연내 반도체 설계를 완료해 생산단계로 넘어가는 ‘테이프 아웃’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양산은 내년 상반기에 시작한다. 생산 제품은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킹용 반도체 칩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디어텍이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인텔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미디어텍의 칩은 대부분 TSMC에서 생산했다. 공정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져도 되는 칩을 앞으로 인텔에 맡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NS 차이 미디어텍 수석부사장은 “미디어텍은 오래전부터 멀티 소싱 전략을 채택해왔다. IT 기기용 칩 생산을 위한 인텔 파운드리와의 협력 관계를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인텔이 초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TSMC·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양강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는 대만 TSMC(53.6%)다. 이어 삼성전자가 16.3%를 차지하고 있다. 인텔은 1%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면서 10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 다만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향후 시장을 흔드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인텔은 파운드리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 중이다.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에 200억 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하기로 했다. 최대 1000억 달러를 들여 오하이오주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후발 주자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다. 다만 아직 양산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한 터라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