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대 이자에도 외면받는 ‘증권사 CMA’

입력 2022-07-27 04:08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최근 금융기관들도 상품 이자율을 올리고 있다. 특히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는 기준금리 인상분을 곧바로 반영해 연 이자율이 웬만한 ‘파킹통장’을 뛰어넘는다. 다만 예금자보호가 안 되는 리스크 탓에 아직 빛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에 맞춰 일제히 CMA 금리를 인상했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예탁금으로 어음·단기채권 등에 초단기투자하는 대신 일단위로 이자를 돌려주는 상품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의 파킹통장과 유사하다.

현재 주요 증권사 CMA 이율은 제1금융권 파킹통장을 뛰어넘는다. 미래에셋증권(2.30%) NH투자증권(2.30%) 한국투자증권(2.34%) SK증권(2.25%) 등은 대표적 파킹통장 판매은행인 토스뱅크(2.0%) 이율을 넘었다. 최근 금리를 올린 KDB산업은행(2.25%)과 비교해도 금리가 낮지 않다.

하지만 이율이 상당히 높아졌음에도 아직 CMA에 돈이 몰리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 금융권 CMA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57조5900억원으로 지난달 말(57조6100억)보다 소폭 감소했다.

증권사 CMA 금리가 상당한 수준까지 올랐음에도 시장 반응이 미지근한 이유는 CMA가 예금자보호 대상 상품이 아니라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증권사가 도산하거나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경우 예치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우려다. 반면 시중은행은 5000만원까지 원리금이 보장된다. 파킹통장과 비교해 이율이 미미하게 차이 나는 상황에서 굳이 리스크를 지려 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MA는 단기현금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이론적으로는 손실이 날 수도 있지만 확률은 사실상 제로”라고 설명했다. 또 “부도가 난다 해도 CMA와 같은 안전상품은 인수회사가 승계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예치금이 보장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율을 잡기 위해 연속된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CMA가 뒤늦게 빛을 발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증권사와 달리 주요 시중은행은 아직도 입출금계좌 금리를 올리는 데 미적지근한 모습이다.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올라 CMA 금리와 은행권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단기대기성 자금이 대거 몰려들 가능성도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