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위수지역

입력 2022-07-27 04:10

국어사전은 위수(衛戍)를 ‘부대가 일정한 지역의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려고 장기간 머무르면서 경비하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지킬 위(衛)와 둔영 수(戍)를 쓴다. 위수지역은 군부대가 주둔해 작전을 수행하는 곳을 뜻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군인이 외출·외박을 나갈 때 허용되는 범위로 사용된다. 벗어나면 영창에 간다는 의미다.

14대 총선을 앞두고 군 부재자투표 비리를 폭로한 이지문 중위가 제기한 파면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는 위수지역 이탈이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육군규정 125(육군 복무규정)를 근거로 “이 중위가 허가 없이 위수지역에서 벗어난 것은 징계사유”라고 판단했다. 30년 전인 1992년 일이다. 지금은 외출·외박 허용구역이라는 의미의 위수지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역 장병에게 바가지요금을 받는 부대 인근 상인의 횡포가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국방부는 2019년 2월 외출·외박 허용지역을 자동차로 2시간 안에 복귀할 수 있는 곳으로 넓혔다. 군인의 지위·복무 기본법 47조에는 ‘장성급 지휘관은 필요한 경우 소속 부대원의 휴가·외박·외출시 이동지역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시행령 38조에 ‘필요한 경우’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국방부 훈령인 부대관리훈령 60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외출·외박 구역을 제한하지 않는다’라고 못박았다. 사실상 외출·외박에 적용되던 위수지역이란 말은 없어진 것이다.

경찰은 어떨까. 경찰공무원 복무규정은 ‘상사의 허가 없이 직무와 관계없는 장소에서 직무수행을 해서는 안 된다(8조)’ ‘휴무일에 2시간 이내에 복귀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여행을 할 때는 소속 경찰기관의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13조)’ 정도로 근무지를 규정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말한 ‘위수지역 이탈’은 법규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3조에 ‘국가공무원은 집단·연명으로 국가의 정책을 반대하거나 국가정책의 수립·집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쓰여있으니 경찰청의 감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고승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