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주인공인 시트콤, 청춘 로맨스물 드라마, 포항 호미곶에서 열린 랜선 콘서트. 제작사는 다름 아닌 편의점이다. 최근 편의점 업계가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드라마를 만들고, 콘서트를 열면서 상품이 아닌 ‘브랜드’를 홍보하고, ‘공감’을 공유한다.
CU는 지난달에 업계 최초로 선보인 드라마 ‘편의점 고인물’의 누적 조회 수가 8600만회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CU의 9년 차 아르바이트생이 겪는 일상을 담아낸 총 20부작 드라마다. 가장 인기 있는 에피소드인 ‘이상형 손님 왔을 때 알바생 공감’ 편이다. 조회 수는 990만회에 이른다. 드라마 공개 이후 CU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신규 구독자 수는 8만명이나 늘었다. 채널 누적 조회 수도 2800만회에서 9500만회로 껑충 뛰었다.
CU는 인기 요인을 무엇으로 볼까. MZ세대의 문화 코드에 맞춰 1분 길이의 짧은 영상으로 편의점 고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CU 관계자는 “직접적인 상품 매출과 연계된 프로모션에 집중했다면, 요즘에는 편의점의 주요 고객인 MZ세대 취향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웃다 보면 CU가 좋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GS25는 10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메타버스 제페토 드라마’에 진출했다. 제페토 드라마는 2000년대 유행했던 ‘인소(인터넷 소설)’처럼 이용자가 직접 제페토 아바타를 이용해 제작하는 콘텐츠다. GS25는 다음 달 5일에 유통업계 최초로 제페토 드라마 ‘나의 아름다운 세상은’을 공개한다. GS25 아르바이트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청춘 로맨스물이다. 목표는 메타버스 주 이용자인 MZ세대와의 소통 극대화다. 이정표 GS리테일 마케팅실 실장은 “메타버스 맵을 방문자 숫자로만 분석하는 단순 홍보공간이 아니라, MZ세대 소비자와 그들의 언어로 교감하는 일종의 ‘브랜드 플레이그라운드’이자 ‘브랜드 공동체’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콘서트를 여는 편의점도 있다. 세븐일레븐은 전국 곳곳에 있는 특색 있는 점포를 배경으로 유명 가수의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상품, 마케팅 같은 기업광고 중심의 콘텐츠가 아니라 MZ세대를 겨냥한 힐링·공감을 주제로 기획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해당 콘텐츠가 세븐일레븐의 대외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향상하고 있다”며 “시청자뿐만 아니라 특히 전국에 있는 경영주들로부터 많은 구애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