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반발 ‘쿠데타’ 빗댄 정부… 民은 없다

입력 2022-07-26 04:10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 때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 장관이 경찰의 집단반발을 ‘쿠데타’로 묘사한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의 장관이라는 분이 염장을 지른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장관은 “(쿠데타 발언은) 모든 경찰이 그렇다는 게 아니고 이 사태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열린 전국 경찰서장회의에 대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집단 반발 차원이 아닌 정권에 도전하는 정치적 행위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경찰 제도개선 문제를 이끄는 행안부 장관의 ‘쿠데타’ 발언으로 경찰 반발 기류에 더욱 불이 붙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장관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장할 수 있는 조직이 상부 지시에 위반해서 임의적으로 모여서 정부의 시책을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게 바로 이러한 시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열린 경찰서장회의를 작심하고 비판한 것이다.

그는 “경찰 수뇌부의 명백한 집회 금지 및 해산 명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계급사회이자 위계질서가 중요한 집단에서 그 명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는 단순한 징계 차원이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될 수도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며 “국가공무원법은 1년 이하로 돼 있는데 경찰공무원법은 2년 이하로 더 가중해서 처벌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최근의 반발을 경찰대 출신이 주축이 된 ‘조직적 항명’이라고 봤다. 그는 “이번 서장 모임을 주도하거나 경감 이하 직급에 대한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며 “그것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나회가 그렇게 출발했다”고 했다. 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가 난 류삼영 총경은 경찰대 출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 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대신 행안부와 경찰청에 맡기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상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전국 서장회의에 대해 “해산지시를 불이행한 복무규정 위반으로 판단했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윤 후보자는 대국민 사과 뜻을 밝힌 뒤 일선 경찰관들에게 “오늘을 기점으로 더는 국민들께 우려를 끼칠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류 총경에 대해서는 “공무 위반과 책임의 정도가 중하기 때문에 서장으로서 책무를 수행하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대기명령을 철회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경찰 내부망에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일선 경찰관들은 “정부의 불통과 고집, 과잉대응 때문에 일이 커져가고 있다” “조직의 방향을 토론하기 위해 모인 것을 쿠데타라고 평가한 것은 부끄러운 일” 등의 글을 올렸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는 이날부터 서울역에서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홍보물을 배포하며 대국민 홍보전에 나섰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는 류 총경을 응원하는 1인 시위가 열렸으며 경찰 내부의 지원 모금운동도 시작됐다. 경찰청 맞은편 경찰기념공원에는 ‘국민의 경찰은 죽었다’고 쓰인 익명의 근조 화환 수십개가 배달됐다.

김판 문동성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