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尹도 치장이 필요하다

입력 2022-07-26 04:02 수정 2022-07-26 04:02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막 시작했을 즈음 김건희 여사와 대화한 적이 있다.

“우리 남편은요, 비싼 옷이나 유명 브랜드 옷을 사다주면 손사래를 쳐요. 이런 거 입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다나요. 할인매장 같은 데서 옷가지 쌓인 것을 보면 ‘여기가 딱이네’ 하면서 좋아한다니까요.”

‘사람 윤석열’의 소탈함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본래 남들 눈에 비치는 모습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윤 대통령의 성향을 짚은 말이기도 했다. 실제 검찰 출입기자 시절부터 본 그는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가식적으로 비치는 것을 상당히 꺼렸다. 그리고 이런 ‘척’하는 걸 싫어하는 숫저운 성정이 그가 대통령이 되는 데 일조했다고 나는 본다.

지금도 TV 화면에 보이는 모습은 그대로인 것 같다. 어슬렁거리는 듯한 걸음걸이, 반갑다는 표시로 한 손가락을 펴서 상대방을 가리키는 몸짓, 심지어 다소 공격적으로 들리는 말투까지.

그런데 이 ‘그대로’가 문제를 낳는 듯하다. 심상찮은 지지율 상황을 말하려는 것이다. 취임 후 2개월여가 지난 시점에 30%대 긍정 평가와 60% 넘는 부정 평가가 나온다. 지지율이 국정운영 평가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급속한 추락은 분명 뭔가 잘못 가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특히 아직 굳지 않은 정치권 내 입지나 짧은 정치 경력을 감안하면 국민 지지도는 곧 윤 대통령의 리더십, 국정 장악력과 직결된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각종 개혁 난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국정 지지율이 동력원 역할을 해 줘야 한다. 그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넘길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낙하하는 지지율을 두고 여러 원인이 거론된다. 인사 논란, 여당 권력투쟁, 대통령과 주변인의 실언 등. 정치 양극화로 정권 초부터 허니문 효과 없이 가차 없는 공세가 이어지는 정치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을 터다.

그렇다 해도 출발부터 기신기신한 지지율의 상당 부분은 윤 대통령 본인에게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도 실상 누구보다 답답할 터다. 대선 전이나 후로나 표방하는 가치와 대의, 진정성은 그대로인데 왜 민심에 닿지 못할까 하는. 선 자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검사 시절 상대한 부정부패나 권력과 달리 지금의 상대인 국민은 맞서거나 굴복시켜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붙어보자는 식의 인상을 주는 건 곤란하다. 옳다고 믿는 일도 설득과 설명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가령 대통령이 적재적소 인사라 판단했다 해도 민심이 끝내 수용하지 않으면 기꺼이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도 그렇게 하지 않았나’ 같은 검사의 언사로 대응해선 공감과 지지를 얻기 힘들다.

반전의 열쇠도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능숙한 정치가의 말을 기대하진 않더라도 국가 지도자에 걸맞은 태도와 언행을 바란다. 날것 그대로의 모습은 진솔해 보일 수 있지만, 너무 자주 드러내 보이는 건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국민만 보고 갈 게 아니라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도 살피며 가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문제를 묻는 취재진에게 “그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입니다”라고 답했다. 그 노력은 더 많은 설득과 소통에 방점이 찍혔으면 한다. 목적지를 향해 파도를 가르며 전진하는 뚝심이 아니라 조류를 읽고 때론 순응하며 항해하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때다.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서 시작하는 건 어떨까.

지금은 민심과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이라 믿는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4년10개월 대한민국호의 키를 잡은, 우리가 뽑은 선장이기 때문이다. 일찍 울린 경고음이 ‘그대로’인 상태를 깨우는 알람이 되길 바란다.

지호일 사회부장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