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정부와 경찰의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정부와 경찰이 별개의 조직인 것처럼 대립하는 모습 자체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5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했다. 물리력을 보유한 경찰이 지시를 위반하고 자의적으로 회의를 진행했으니, 쿠데타와 비슷하다는 논리다. 경찰서장들이 정권을 탈취하려고 회의를 연 게 아니라는 것은 이 장관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찰서장들이 경찰청장 후보자의 모임 금지 지시를 위반했다는 비판은 가능하다. 그러나 쿠데타 발언은 경찰의 반발만 부르는 부적절한 비유였다.
경찰의 집단행동도 확산일로다. 경찰은 서장 회의에 이어 오는 30일 경감·경위급 전국팀장회의를 예고했다. 팀장 회의에 일선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정은 뭐 하느냐”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경찰 직장협의회와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 지부 등은 주요 KTX 역사와 경찰청, 일선 경찰서에서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
경찰이 경찰국 신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계급별로 집단행동을 벌이며 정부를 상대로 실력행사에 나서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경찰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사권 침해’다. 경찰은 수사권 침해를 걱정하기에 앞서 과거 경찰의 수사가 공정했는지부터 자문해야 한다. 국민은 행안부 장관의 경찰 수사권 침해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비대해진 경찰의 수사 능력과 공정성을 우려하고 있다.
권한이 커진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여야도 이견이 없다. 정부가 할 일은 경찰을 포함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치권의 의견을 존중해 합리적인 통제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경찰국 신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정부와 경찰의 갈등 심화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키우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검찰의 갈등을 충분히 겪었다. 국가의 사법 역량을 갉아먹는 소모적인 논쟁이었다. 정권이 바뀌니 정부와 경찰이 대립한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대립이다. 이 장관은 강경 대책에 매몰되지 말고 경찰 내부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경찰도 집단행동을 멈추고 방대해진 권한을 남용하지 않을 최선의 방안을 찾는 데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