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행안부 “국민 일상과 무관” 경찰국 신설 졸속 예고

입력 2022-07-25 04:03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 등의 입법예고 기간을 당초 40일에서 4일로 단축해 줄 것을 법제처에 요청하면서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의 중심에 선 경찰 제도개선 문제를 국민 일상과 분리시켜 서둘러 매듭지으려 한 것이다.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 내홍은 갈수록 격화되는 모습이다.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한 일선 서장이 전격 대기발령 조치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경찰서장회의에 대해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찰 집단행동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경찰국 신설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일보가 24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행안부·법제처 간 입법예고 단축 사유서 및 확인서’를 보면 행안부는 지난 15일 법제처에 “입법예고 및 관계부처 의견조회 기간을 4일로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대통령령)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안)’(부령) 등 3건이 대상이다.

행안부가 법제처에 보낸 입법예고 및 관계부처 의견조회 기간단축 사유서.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행안부는 “국민의 권리 또는 의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행정 내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사항” “행정 내부의 지휘체계에 관한 사항”이라고 문서에 기간 단축 사유를 명시했다. 행정절차법은 입법예고 기간을 통상 40일 이상 두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 등에 한해 법제처장과 협의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예외 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법제처는 행안부의 요청을 그대로 수용했고, 입법예고 기간은 지난 15~19일 단 4일로 단축됐다. 이 장관도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40일의 입법예고 기간을 고려해 경찰국 신설 시기를 8월 말로 언급했었다. 하지만 입법예고 기간이 4일로 줄면서 해당 대통령령·행안부령은 다음 달 2일로 앞당겨져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일선 경찰들도 “졸속 추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린 전국 경찰서장회의에서도 제도개선안 추진 과정에서의 현장 의견 수렴 절차 미흡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서장들은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서장들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바로 대기발령하고, 현장에 참석한 50여명의 총경들에 대한 감찰에도 착수했다. 중간·초급 간부에 해당하는 경감·경위 계급도 오는 30일 ‘전국 현장팀장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의 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항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 내부 반발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김 비서실장은 “저는 공무원을 35년 하고, 과거의 경험으로 봐서도 부적절한 행위들이 아니었나 싶다”며 서장들의 집단 반발을 비판했다. 김 실장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대한민국에서 힘이 아주 센 청, 부처보다 힘이 센 청이 3개 있는데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이라며 “경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3개 청 중 가장 힘이 세질지도 모르는데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판 문동성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