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중산층 위한 세제 개편이라더니… 고소득층이 웃는다

입력 2022-07-25 04:03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소득세제 개편의 최대 수혜자는 연봉이 7400만~1억2000만원인 고소득 계층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2개 과표 구간 조정의 혜택을 모두 받는 반면 세액 공제가 30만원씩 줄어드는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덜기 위한 세제 개편이라는 정부 설명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소득세 하위 2개 과표 구간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소득세율이 6%인 과표 구간 1200만원 이하는 1400만원 이하로 상향됐고, 세율이 15%인 1200만~4600만원 구간은 1400만~5000만원으로 조정됐다.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과표 구간 변경은 고소득층에 더 유리하다. 소득세는 누진적으로 적용되므로 고소득층도 하위 과표 구간 변경의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표기준 1200만~4600만원인 근로자는 최하위 구간의 과표 변경 혜택만 누리게 돼 18만원의 세액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과표기준이 4600만~8800만원과 그 이상인 근로자는 2개 과표 구간 변경의 수혜자가 돼 하위 구간에서 18만원, 그다음 구간에서 36만원의 세액 감소 혜택을 각각 누리게 된다. 모두 54만원의 세액 감소 효과를 보는 셈이다.


과표기준 4600만~8800만원은 총급여 7400만~1억2000만원 수준이고, 월급은 616만∼1000만원이다. 이들은 근로소득 세액공제 30만원 감액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부자 감세’ 비판을 피하기 위해 과표기준 8800만원 이상 근로자에서만 근로소득 세액공제를 줄였다.

통계청의 ‘2020년 임금 일자리 소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임금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320만원이다. 55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 근로자는 14.4%에 불과하다. 과표 구간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전체 근로자 중 54만원 감세 혜택을 누리는 비중은 14%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근로자 식대 비과세 한도 상향 역시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월 20만원으로 늘어나는 식대 비과세 연간 한도 120만원이 각각의 한계세율 구간에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6%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기준 1200만원 이하 구간에는 세 부담 감소액이 7만2000원이다. 그러나 최고 세율인 45%가 적용되는 과표 10억원 이상 구간에서는 세 부담 감소액이 54만원까지 늘어난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