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지도부 체제를 둘러싼 논쟁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나경원 전 의원의 이름이 당 내부에서 나온다. 정작 당사자인 나 전 의원은 현재 논의되는 전당대회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 전 의원은 지난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생하는 국민들은 전당대회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서 “그것은 오로지 여의도의 관심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얘기하는 것은 여권의 권력 다툼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 의향을 묻자 나 전 의원은 “내가 한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안 하는 것도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전당대회가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데 왜 고민을 당겨서 하느냐”며 “어떤 상황이 올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봐야 한다.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면 하는 것이고, 그런 분위기가 아니면 안 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차기 대권에도 도전하려고 하는데, 당대표를 하면 다른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조금 불편해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와 관련해선 “그 체제로 가는 게 당헌·당규 정신에 맞는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내대표 업무가 과중하다”며 “(권 대행이) 당대표 업무까지 함께하는 건 부담스러운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또 “권 대행이 ‘사적 채용’ 논란의 빌미를 준 발언을 한 부분은 굉장히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은 당 윤리위원회의 이 대표 징계에 관해선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윤리위가 결정을 내렸으면 좋았을 텐데, 징계 발표 시기를 앞당긴 것은 순서가 틀렸다”며 “갈등이 정리된 게 아니라 계속되는 것처럼 비치는 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도 자숙하기보다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정치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일이 마무리되는 느낌이 없다”고 평가했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초반에 그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경제위기 해법을 두고 기업들에는 ‘임금을 올리지 말라’고 하고, 은행들에는 ‘대출이자를 올리지 말라’고 하는데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해법만 나온다”며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지율 반등 대책을 묻자 나 전 의원은 “우리가 꺼낸 개혁 의제들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안 보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3대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나 전 의원은 “야당도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그는 “탄핵을 벌써 얘기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면서 “0.73% 포인트 격차로 승패가 갈린 대선에 승복하지 못하는 오만함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