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은 자신의 생명은 물론 타인의 삶까지 한순간에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는 범죄다. 마약·약물·음주·무면허·뺑소니 운전은 고의성이 높은 중대한 과실이고 사고 시 피해 규모도 크다. 앞으로 이런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사실상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준으로 높은 사고 부담금이 부과된다. 음주운전자의 경제적 책임을 강화해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새로운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을 오는 28일부터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현재는 음주운전 등의 사고를 내더라도 의무보험 한도 내에서는 사고당 최고 대인 1000만원, 대물 500만원만 사고 부담금으로 내면 나머지는 모두 보험사가 해결해 준다. 그러나 새 법은 그동안 사실상 의무보험으로 보상한 피해액 전액을 가해자에게 부담하도록 했다. 마약·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 역시 마찬가지로 패가망신 수준의 보상액을 부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으로 사망 2명, 중상 1명, 차량을 파손한 교통사고의 경우 현재는 운전자가 1억6500만원을 사고 부담금으로 내면 되지만, 새 법 시행 후에는 부담금이 6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2018~2020년 하루 평균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약 50건이며, 21~30세 운전자로 인한 음주운전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8년 346명에서 2020년 287명으로 다소 줄었으나 음주운전 상습범의 비중은 늘고 있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11만5882명 가운데 44.5%는 2회 이상의 상습범이었다. 음주운전 규제는 강화됐지만 재범 사고 비율은 줄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음주운전자의 부담을 강화한 새 법의 시행은 마땅하나, 자칫 보험사가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닌지는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