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서장 회의 징계… 힘으로만 밀어붙일 일인가

입력 2022-07-25 04:01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신속하고 강한 대응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전두환식’이라며 반발했고 경찰의 민주적 통제 필요성에 동감했던 여론은 경찰 장악을 위한 무리수라는 부정적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경찰제도 개선이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들으며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돼 우려스럽다.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폐지로 생긴 공백은 경찰청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가 주도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정보·대공 업무를 담당하며 자치경찰까지 거느린 경찰 조직을 법과 절차에 따라 통제해야 한다는 데 이론을 제기할 사람도 없다. 과거 권력만 바라보던 경찰이 민주적 통제 시도에만 조직적으로 반대한다는 비난이 거센 것도 사실이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 및 경찰청장 지휘 규칙 신설이 골자인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그 결과 ‘행안부 소속 기관 직제 개정안’ 등 시행령이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2일 시행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서 각계에서 제기된 위법 가능성 등을 충분히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시행령은 경찰 행정의 주요 사안을 결정토록 한 국가경찰위원회를 사실상 자문기구로 격하시키고, 행안부 장관에게 법에 없는 치안 업무를 부여하는 등 경찰법·정부조직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지어 행안부는 시행령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4일로 줄여달라고 요청하면서 법제처에 ‘국민의 권리·의무, 일상과 관련 없다’는 이유를 댔다. 서민의 삶과 직접 맞닿은 경찰 업무를 개선하겠다면서 이런 논리를 들이댄다면 ‘꼼수’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 장관은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은 수사하라고 하겠다”며 수사지휘 가능성을 공공연히 언급해 경찰 수사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의심받고 있다. 31년 전 경찰청을 독립시키면서 국가경찰위를 만든 이유를 너무 쉽게 간과하는 것이다. 정부는 ‘경찰 제도 개선은 정권 차원의 경찰 장악 의도’라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명분만 앞세운 무리한 제도 개선은 반드시 탈이 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