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가격하락에 ‘칩4’ 압박까지… 하반기 ‘반도체 한파’ 닥치나

입력 2022-07-25 04:03

경기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하면서 반도체를 둘러싼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 우려가 맞물리면서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업황은 불확실성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다 낸드플래시 가격의 하락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에 ‘노란불’이 켜졌다.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4’ 참여 압박도 한국 반도체산업을 곤란하게 만든다.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 비중은 39%(홍콩 포함 시 60%)다.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동맹은 한국 반도체산업 생태계에 충격을 던질 수 있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의 하락 폭이 8~13%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하락세는 올 4분기까지 이어진다는 관측도 내놨다. 당초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2분기보다 3~8%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일반적으로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하반기는 정보기술(IT) 기기 판매 증가에 따른 ‘성수기’다.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가 줄었고, 이는 낸드플래시 가격을 주저앉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객사들도 재고 부담에 주문량을 줄이면서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D램 가격도 10%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줄이며 공급 과잉에 대비하고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충북 청주공장 증설계획을 보류했다. 삼성전자 역시 추가 증설계획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칩4 동맹’에 참여하라는 압박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정부는 ‘중국 견제용’으로 반도체 공급망 동맹을 추진 중이다. ‘다음 달 말’이라는 마감 시한을 달아서 한국 정부에 제시했다. 한국 정부가 참여 의사를 밝히면 중국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생산 측면에서 한국은 반도체 핵심기술과 장비 생산능력을 보유한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반면 수요 측면에서 중국은 주요 시장이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수출 비중은 30% 이상이다. 중국과의 반도체 교역량은 지난해 760억 달러로 10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국에 다녀온 기업과 통화도 해보고 고민했는데, 결국 국익에 부합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반도체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어떤 쪽을 선택했을 때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하고 냉철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