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완의 부동산 더하기 곱하기] 1주택자 장기 보유, 다주택자는 다운사이징 전략 짜라

입력 2022-07-25 04:05

7월 들어 전국 부동산시장은 확연히 꺾이는 분위기다.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서울 강남과 용산 아파트마저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구 세종 대전 등 지방에서 출발한 주택시장 둔화 조짐이 경기도를 넘어 서울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강남권 핵심인 서초·강남구의 대장주인 초고가 대형 아파트까지 급매물이 출현하고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은 예사롭지 않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집값이 오를 때는 강남부터, 내릴 때는 강남이 마침표를 찍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종의 법칙처럼 여겨졌다. 이번에도 그럴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거래 가뭄 속 전세와 매매가격이 동시에 하향 안정되고, 금리 급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는 반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의 한시적 감면과 차익 실현 매물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서울의 경우 올 6월 말까지 ‘영끌’과 ‘빚투’를 하던 20~30대 주택 구매는 30%가량 감소하는 동안 팔려는 매물은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이후 주택시장 전망은 상승보다는 하락에 무게감이 쏠린다. 하락 전망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와 연구기관들이 증가했다. 올 초만 해도 상승을 점치던 이들이 절대다수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몹시 이례적이다. 특히 매매시장뿐 아니라 전세시장 안정은 긍정적 기대감을 높인다. 오는 31일 전세 계약갱신청구권 종료를 앞두고 지난 4년간 5%밖에 올리지 못한 전월세상한제 매물이 쏟아질 경우 전세대란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불안 진원지인 서울의 전세가격은 의외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세와 매매시장이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의 경우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신규 입주물량이 10년 평균치보다 3분의 2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이후엔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단지 철거 및 이주 본격화로 멸실주택 증가와 주택재고물량 감소가 예상된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주택시장 안정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며 새 정부 부동산정책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교차한다. 그래서 바람직한 해결책과 실수요자의 현명한 대응 전략에 관해서도 함께 고찰해 본다. 먼저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회복하는 근본 원인은 기준금리 인상, 대출규제 강화, 주택구매수요 감소, 집값 고점 인식, 거품 붕괴 우려, 환율 급변동, 해외시장 동향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빅스텝으로 급격히 인상하는 바람에 부동산시장은 주택 거래가 꽁꽁 얼어붙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원·달러 환율 급등과 집값 급등으로 아파트에 쌓인 버블도 원인이 된다. 원화 가치가 급락한 상황을 보면 기축통화인 달러로 환산한 국내 집값은 언제든 10%가량 떨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거품이 터질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울은 10%, 강남은 20%가량 거품이 축적된 상태로 언제든 빠질 수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위기를 맞는다면 부동산은 어떻게 될까. 그토록 걱정하는 집값 폭락이나 경착륙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장은 집값 안정이 급선무이지만 그다음에는 곧 밀어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새 정부 부동산정책의 핵심 내용은 뭘까. 공급 확대, 규제 완화, 세금 정상화, 서민주거복지, 사회취약계층 금융지원 등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민간 제안 도심복합개발사업이다.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 공공이 아닌 민간 주도 주택사업에도 각종 특례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개발 기간이 장기화되고 각종 갈등을 빚고 있는 조합 설립 대신 부동산신탁사나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체) 참여로 통합 인허가 절차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역세권에 주거, 업무, 문화, 산업 시설을 신속히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에 학교, 공원, 주차장 등 사회간접시설(SOC) 기부채납을 통해 적정한 개발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구상이다.

20일엔 주거 분야 민생안정 방안도 내놓았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90%를 초과하는 지역을 ‘깡통전세’ 위험 지역으로 특별관리하고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떼먹은 임대인의 정보 공개도 추진된다. 최근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높은 깡통전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방과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소형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빌라가 주된 대상이다. 전남 광양(84.3%) 목포(83.3%), 충남 당진(83.1%) 등은 전세가율이 이미 8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부동산시장에 직면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현명할까. 정부가 시장 안정, 서민주거복지, 주거수준 개선이라는 정책과제를 안고 있다면 수요자인 국민은 주거 안정, 자산 증식, 노후 준비라는 절체절명의 숙제를 풀어야 한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에서 부동산에 관한 관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법. 건강이 떠난 뒤에 노인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지는 이치와도 같다.

예를 들어 지난 35년간 국내 주택시장 흐름을 보면 5~7년간 상승 후 4~6년간 하락하는 주택경기변동 사이클이 발견된다. 따라서 무주택자는 1~2년 혹은 3~4년 이내에 지금보다 싼 가격에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을 공산이 커 보인다. 1주택자의 경우 수도권과 광역시 거주자는 장기 보유를 권한다. 문제는 다주택자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한시적 감면 조치와 종합부동산세 완화책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잉여 주택과 몸집을 줄이는 슬림화 혹은 다운사이징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과도한 대출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노리는 투자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금부터 올가을에서 내년 봄이 매도 적기가 아닐까.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