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근개 파열’ 땐 범위·크기따라 적절한 치료 중요

입력 2022-07-25 21:00
이대서울병원 신상진 교수가 환자의 팔을 들어올리게 해서 어깨의 회전근개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회전근개 파열은 병명 때문인지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 주위를 감싸는 4개의 힘줄 근육군을 지칭한다. 이 중 하나 이상의 힘줄이 끊어진 것이 회전근개 파열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회전근개 파열에 대한 과잉 수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어깨질환센터장인 신상진 정형외과 교수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회전근개가 부분 파열돼도 언젠가 다 끊어질 수 있으니 수술해야 한다거나 파열 전단계인 ‘어깨충돌증후군’인데도 곧 파열될 거니 수술하자는 식으로 수술이 남발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어깨 관절경 수술 교과서인 ‘어깨 관절경의 예술’을 펴낸 신 교수는 “회전근개 질환에 있어 예방적 수술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노화에 의한 퇴행성 변화나 직업상 어깨의 과사용으로 초래되며 외상에 의해서도 드물게 발생한다. 고령화와 스포츠 활동, 질환에 대한 관심 증가에 따라 진단받는 환자 수가 매년 늘고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회전근개 파열 진료 환자는 2015년 59만여명에서 2020년 83만여명으로 약 40% 증가했다. 파열된 회전근개의 봉합수술 건수도 2014년 5만2584건에서 2018년 6만6304건으로 25% 늘었다. 신 교수는 “회전근개 파열의 범위와 크기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모든 경우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때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옷에 비유해 회전근개 파열 치료법 선택을 설명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크기에 따라 작은 파열(1㎝ 이하) 중간 파열(1~3㎝) 큰 파열(3~5㎝) 및 그 이상의 광범위 파열로 구분한다. 파열이 발생한 두께에 따라선 전층 파열과 부분층 파열로 분류되며 부분 파열은 관절면 측, 점액낭(뼈와 근육 사이를 이어주는 액체 주머니) 측 파열로 나뉜다.

전층 파열은 입고있는 코트에 구멍이 생겨 뚫려버린 것이고, 관절면 측 파열은 옷의 안감, 점액낭 측 파열은 옷의 바깥감만 부분적으로 헤진 것에 해당된다. 신 교수는 “옷이 찢어졌다고 다 수선하지는 않는 것처럼 회전근개 파열도 무조건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작은 크기의 관절면 측 파열은 약물이나 주사 등 비수술 치료를 우선 적용한다. 관리만 잘 하면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점액낭 측 파열은 얘기가 조금 다르다. 코트의 바깥감이 일부 헤진 것인데, 바깥 환경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안감보다 더 쉽게, 완전히 찢어질 가능성이 높아 수선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다만 크기가 작거나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수술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전층 파열은 대개 수술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전층 파열의 크기는 1년에 4㎜씩 증가한다.

크기가 큰 회전근개 파열부터는 치료가 더 복잡해진다. 작거나 중간 크기 파열처럼 그냥 봉합할 때도 많지만 간혹 봉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파열된 곳이 마모돼 없어지고 수축해 버려서 끊어진 원래 위치에 봉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땐 ‘상부관절막재건술’이 필요하다. 파열된 부분을 사체의 인대를 이식해 봉합하는 방법으로, 크게 뚫려버린 구멍을 다른 옷감으로 꿰매는 것과 같다. 신 교수는 “내 코트를 꿰매입은 것처럼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지만 오래도록 입을 수 있다”고 했다. 광범위 파열 단계가 되면 회전근개가 전혀 기능하지 못해 팔을 올리지 못하는 등 ‘가성 마비’가 올 수 있다.

코트를 아예 갈아입어야 할 때도 있다. 갈아입지 않고 두면 ‘회전근개 파열 관절병증’이라는 더 큰 한파가 들이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50세 미만 비교적 젊은층에서의 광범위 파열이라면 상부관절막재건술이 가능하지만 60세 이상 고령 환자들은 고장난 어깨관절 자체를 인공관절로 대체해야 하는 것이다. 신 교수는 “어깨 인공관절은 충분히 검증된 것으로 무릎 등 다른 인공관절과 다르게 수명이 길고 오래도록 쓸 수 있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어깨 인공관절(전)치환 수술은 2014년 1612건에서 2018년 3755건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