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낙동강 참외 떼

입력 2022-07-25 04:10

참외는 수박과 함께 우리가 즐겨 먹는 여름철 과채류다. 비타민C와 칼륨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이뇨작용에 효험이 있고, 엽산도 많아 빈혈이나 산후 조리에도 좋다. 원산지는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지역으로 삼국시대에 인도 중국 러시아 등을 거쳐 들어온 것을 우리 조상들이 맛있는 토종작물로 만들었다. 멜론의 한 변종이지만, 노란 줄무늬 참외는 한국 이외에는 거의 재배되지 않아 국제 식품 분류에서 코리안 멜론(Korean melon)이란 명칭도 얻었다.

조선 시대엔 서민들이 비싼 수박은 엄두도 못내 참외를 주로 먹었는데 수확기에는 밥 대신 참외를 많이 찾아 쌀값에 영향을 줄 정도였다. 충남 성환의 개구리참외, 평안남도 강서지방의 강서참외 등이 전통 재래품종이다. 1957년 일본에서 당도가 높은 은천참외가 도입돼 인기를 끌었고 1975년엔 이를 개량한 신은천참외가 보급됐다. 1984년 나온 금싸라기참외는 20여년간 인기 상품으로 장수하다 2003년 출시된 오복꿀에 자리를 내줬다. 정작 우리나라에 은천참외를 보급한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인기가 시들해졌다. 멜론과 참외를 교배한 프린스멜론에 밀린 것을 계기로 설 자리를 잃었다.

국내 참외 주생산지는 경북 성주군으로 전국 참외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맑은 물을 머금은 가야산과 낙동강을 품은 성주는 미사질 양토로 토심이 깊고 비옥해 참외 재배의 적지로 꼽혀왔다. 그런데 대구지방환경청 수자원공사 등이 최근 성주군 신천과 낙동강 일대에 대량으로 떠다니는 참외 수거 작업에 나섰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 등 수질오염으로 물고기 떼죽음 장면에 익숙했던 터라 낙동강에 떠다니는 참외 떼는 생소하면서도 당혹스럽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 등 기후변화 영향으로 생산된 저품질 참외가 산지에 방치됐다가 비가 오자 낙동강 일대로 유입됐거나 무단 투기한 사례가 많아진 때문으로 보인다. 오래 방치할 경우 부영양화로 강물이 녹조현상 등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인류가 일으킨 지구온난화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