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고민도, 하나님에 대한 관심도 전혀 없었다. 철저한 안티 크리스천이었다. 어느 날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언니가 찾아와 또 하나님 얘기를 했다. “언니, 그런 얘기 하려면 우리 만나지 말자. 난 하나님 정말 싫거든. 천국과 지옥이 어디 있어? 죽으면 끝이지.” 매몰찬 내 말에도 언니는 얼마 후 다시 찾아와 가족들에게 잘 못해서 미안하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더니 딱 다섯 번만 복음을 들어주면 더 이상 상관치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복음을 들었다.
그런데 예수가 역사적 실존인물이라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신화 속에 나오는 신 같은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세계 4대 성인 중 한 분이고, 예수 탄생을 기준으로 B.C와 A.D를 나눈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년 뒤 남편이 서 준 보증이 잘못되어 집안 경제가 휘청거렸다. 급한 마음에 언니와 예배를 드리는데 ‘언니가 했던 말이 진짜일까?’ 하는 생각이 일며 말씀이 들렸다. 그리고 언니를 따라 영접기도까지 했다.
그 일 후, 수술했던 허리에 통증이 너무 심해 응급실에 실려 갔다. 정밀검사 결과 다발성 골수암이라는 진단에 앞이 캄캄해지며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다. 골수이식을 해야 하는데 가족이 맞을 확률이 25%이고, 타인에게 구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했다. 다행히 자가 골수로 이식수술이 가능해 힘든 항암치료를 거치고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완전 봉쇄된 무균실에서 맞은 생사의 기로에서 헤맸다. 구토는 계속되고, 입안과 목이 헐어 물조차도 넘길 수 없이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진통제도 듣지 않는 통증에 울고 또 울었다. TV에서 태풍으로 집과 재산을 잃고 울부짖는 수재민을 보면서 ‘그래도 당신들은 살아 있잖아!’ 하며 부러워했다.
“하나님, 살려 주세요! 저, 살고 싶어요!” 죽음의 문턱에서 본능적으로 몸부림치며 가지고 들어온 성경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린도전서를 읽는데 ‘다시 살아나사’란 구절이 머리를 강타했다. ‘다시 살아나사? 성경의 예언대로? 그럼!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다시 사는 거야? 그래! 예수님이 진짜 부활하셨어. 예수님이 하나님이야!’ 순간, 숙제하듯 외웠던 ‘죄에 대하여라 함은 저희가 나를 믿지 아니함이요.’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하나님을 마음에 두기 싫어 부활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주셨는데도 그 예수를 믿지 않았던 죄! 이게 지옥 갈 죄구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바로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 죄송해요. 저 예수 믿지 않은 게 죄라는 거 정말 몰랐어요. 회개합니다. 예수님을 진짜 주인으로 믿을게요!” 예수님을 영접하고 바로 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언니, 주님을 만나게 해 줘 고마워. 이젠 내가 언니를 기쁘게 해 줄게.” 언니에게 보낸 고백은 바로 나의 주, 나의 하나님께 드리는 첫사랑의 고백이었다.
언니가 다니는 한마음교회에서 목사님과 성도들이 예배시간에 유진숙 자매 살려 달라는 통성기도를 계속했고, 힘내라는 문자까지 많이 보내주었다. 그 사실에 새삼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맞아. 지금 나 혼자 싸우는 게 아니야. 예수님이 함께 계셔!’ 빨리 교회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식된 골수는 몸에 잘 생착되어 무균실에서 나와 어린이처럼 걸음마 연습을 했다. 계속 위험은 도사리지만 ‘골수암’이라는 캄캄한 터널을 빠져나오게 해 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하고, 내 삶의 주인이 예수님이니 너무 행복했다.
서둘러 교회에 갔다. 가족보다 더 힘껏 기도해주고 환하게 맞아주는 성도들을 만나니 정말 기뻤다. 공동체와 함께 예수 안에서 참 자유와 평강을 누리니 더욱 꿈만 같았다. 마침 목사님께서 고린도후서의 ‘우리가 우리를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예수의 주 되신 것과 또 예수를 위하여 우리가 너희의 종 된 것을 전파함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순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선명해졌다. ‘그래. 그게 바로 섬김이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종 된 삶을 살다 가신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면 “어? 너 기독교 굉장히 싫어했잖아? 근데 예수를 믿어?” 하며 놀랐다. 추석을 앞두고 6남매의 장남으로 제사를 중시하던 남편에게 “날 살리신 분은 제사를 기뻐하지 않으셔. 돌아가신 부모님께 절하는 것이 아니라 귀신에게 하는 거라고 성경에 분명히 나와 있어.” 놀랍게도 남편은 내 뜻을 들어 단호하게 결단을 하고 제사를 폐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골수암 수술을 한 지 3년 만에 암이 재발했다. 그러나 진통제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생명 또한 하나님께 달려 있으니 아무 염려도 없다. 재발 후 7년이 지나자 담당의사는 나를 독보적인 존재라고 했다. 지난해 패혈증으로 중환자실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고, 여동생도 췌장암 선고를 받았다. 가족들의 충격은 컸지만 주님이 함께 하시니 고통도 감사하는 새 힘을 주신다. 지독한 안티크리스챤이었던 남편은 “부활하신 예수님은 나의 주인이십니다!”를 외치며 하이 파이브를 하고 대문을 나선다. 이제, 예전의 건강과 재물을 다 준다고 해도 예수님이 없는 그때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 삶과 결과가 어떤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투병생활은 계속되지만 예수님과 동행하는 내 삶은 날마다 천국이다.
유진숙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