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의 적용 대상과 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사후관리 요건도 대폭 완화한다(국민일보 2022년 7월 4일자 1면 참조). 가업상속공제 외에도 상속·증여 관련 요건이 전반적으로 완화되지만 이로 인해 부의 대물림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2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매출액 4000억원 미만에서 1조원 미만으로 늘렸다. 대다수 중견기업이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공제 한도도 현행 최대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두 배 상향 조정된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면 현재는 7년간 업종, 고용, 자산, 지분 등을 일정 비율 이상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규제가 있다. 이 사후관리 기간도 5년으로 단축된다.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 범위에서만 허용됐던 업종 변경 규정도 대분류 내 범위까지 허용된다. 그동안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중소·중견기업이 신사업 진출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현재는 표준산업분류에서 ‘식품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이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뒤 7년 이내에 ‘음료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공제받은 상속세를 토해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사후관리 기간 정규직 근로자 수 100%를 유지해야 했던 고용 조건도 90% 수준으로 완화되고, 처분 가능 자산 범위도 20%에서 40%로 확대된다.
부모에게 창업자금을 증여받아 중소기업을 창업할 때 증여세에 대한 과세특례 한도도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중고자산 인수도 창업으로 인정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상속·증여 요건 완화가 편법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산세(사망자의 재산 총액 기준) 방식으로 부과되는 상속세를 유산취득세(상속인이 증여받은 자산 기준)로 바꾸는 상속세 과세 체계 개편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각종 공제제도와의 정합성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외부 연구용역 등을 거쳐 내년에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권민지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