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다행다’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다이어트할 거면 행복하게 다이어트하자’는 뜻이다. 굶거나 단식하는 대신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다이어트를 하려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식품업계에서 ‘어다행다’ 수요를 겨냥해 열량, 당, 알코올 도수 등을 낮춘 식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른바 ‘로(Low) 푸드 마케팅’이다.
21일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달에 로 푸드 판매량이 1년 사이 크게 증가했다.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판매량은 5배가량 늘었고, 무알코올 맥주 매출은 1년 전보다 19배 이상 급증했다. 간식류에선 저칼로리 과자 판매가 7.4배가량 뛰었다. 무카페인 수요가 늘면서 보리커피(589%), 콤부차(221%)의 판매량도 크게 올랐다. 무염 버터와 무지방 우유 판매량은 각각 30%, 114% 증가했다. 발효유 시장에서는 무가당 요거트 판매량도 78% 늘었다.
CU에서는 월간 매출 상위 5개 품목에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사진)이 포진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스낵식품팀 신은지 MD는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이 월간 판매량 ‘톱5’에 들기는 처음”이라며 “일반 아이스크림과 맛에서 차이가 없어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CU에서 지난 4월부터 업계 단독으로 판매하는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라라스윗’은 전월 대비 매출 신장률이 지난달에 72.4%, 5월에 56.6%나 됐다. 이달 1~18일 실적은 전월 동기 대비 120.7% 상승했다. 라라스윗은 일반 파인트 아이스크림 대비 설탕 함량이 20% 미만이다. 칼로리는 100㎖당 75㎉로 일반 아이스크림의 3분의 1 수준이다.
아이스크림뿐 아니다. CU에서는 2분기에 제로 칼로리 음료 매출이 1분기보다 86.4% 올랐다. 외부활동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칼로리가 낮은 음식으로 식단 관리를 하려는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제과가 지난 5월 선보인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 ‘제로’(ZERO)는 출시 한 달 만에 2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온라인과 백화점 채널에서 팔기 시작해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으로 판매처를 넓히고 있다. 제로 제품에는 과자류인 초콜릿 칩 쿠키, 카카오 케이크, 후르츠 젤리와 빙과류인 아이스 콜라, 아이스 초코바가 있다. 달콤한 맛을 살리면서 칼로리를 25~30%가량 낮춰서 입소문을 탄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 추세를 보이며 처음 준비했던 물량이 빠르게 소진돼 일부 유통점에서 공급 차질을 빚기도 했다”며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제로’ 브랜드를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 푸드 트렌드를 타고 ‘무알코올 맥주’도 인기를 끈다. 최근 1~2년 사이 주류 업계 대표 브랜드는 모두 ‘무알코올 맥주’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버드와이저가 무알코올 맥주를 새로 출시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로 푸드 수요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건강에 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데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체중 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저열량 상품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