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함께 하는 독서

입력 2022-07-22 04:07

연구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책이나 논문을 자주 읽는다. 특히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범위와 주제가 넓어서 상대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 주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독서하는 방법인데, 나는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하는 독서를 선호한다. 그러면 내 독서 습관의 한계를 보완하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독서 습관은 책의 핵심 주제어를 발견하고, 주제어에 관한 문장을 기록하는 것이다. 요약 수준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저자의 사유나 인상 깊은 문장도 별도로 기록해 나의 의견을 적어둔다. 대체로 이런 작업을 선행한 후에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데, 이런 방법은 개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도 현실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간극까지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내놓는 의견과 통찰이 중요하다.

얼마 전 독서 모임에서는 일라이 클레어의 ‘망명과 자긍심’을 읽었다. 그 모임에는 연구자와 활동가가 참여했다. 클레어는 장애, 환경, 퀴어, 노동, 폭력, 페미니즘 등에 관한 글을 쓴다. 여러 주제가 교차하는 글만큼이나 삶 또한 다층적이다. 그래서 이런 책은 사유가 깊으면서도 복잡하다. 나는 여느 때처럼 주제어를 찾고 문장을 기록하며 익숙한 방식으로 책을 읽고 모임에 참여했다.

모임에서 중요하게 다룬 주제 중 하나는 관광지나 산을 개발할 때 장애 이동권을 말하지만, 그것이 실질적 접근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실에 관한 것이었다. 좁은 문의 케이블카와 환경 문제, 노인층의 키오스크 접근성과 시각 장애인의 연대 시위 같은 부분을 읽고도 나는 떠올리지 못한 사례들이었다. 사람들이 이런 토론 거리를 던졌을 때, 나는 그들의 통찰력에 놀라면서 문자적인 것 너머의 행간과 사유의 깊이를 습관적으로 생략해버린 것은 아닌지 반성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유와 마주치는 경험에서 다시금 함께하는 독서의 힘을 느낀다.

천주희 문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