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직접 호텔을 만든다면? 아,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정말로 호텔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굴까. 얼핏 떠오르는 건 재벌가를 비롯한 고액 자산가들이다. 요즘은 꼭 그렇지 않다. 자산 운용사라는 새로운 ‘선수’가 호텔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안정된 자금을 가지고 있으니 공사 도중 중단될 일이 거의 없는 장점을 가졌다. 이들은 자본을 투자받았으니 이익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장기적 안목의 호텔 운영보다는 수익 극대화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곳의 다양한 호텔이 이들 손에 의해 탄생했다.
하지만 세상에 다 좋기만 한 것이 있을 리 없다. 최근 호텔 시장은 전반적으로 우상향 기류이긴 하지만 위험 신호가 감지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분양형 호텔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개인이 호텔 객실을 소유함으로써 판매 수익을 일정하게 보장받는 방식이다. 운영을 직접 하는 것도 아닌데 판매가 될 때마다 이익이 발생한다니 얼핏 들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러나 호텔 산업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금세 알 수 있다.
부동산 개발 상품 중 호텔은 위험도가 높은 쪽에 속한다. 문전성시를 이루다가도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하면 객실은 금세 텅 비어버리고 만다. 공실이 지속되면 호텔은 금방 휘청거리고,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해서 문을 닫은 몇몇 호텔의 사례도 이미 알고 있다. 이런 위험은 호텔 수익 구조의 원죄로부터 비롯한다.
생각해보면 쉽다. 주택은 지어서 누군가에게 팔면 그걸로 끝이다. 사무실은 임대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계약 기간 동안에는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호텔은 매일매일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하루 단위로 고객이 객실에 묵어야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만일 분양형 호텔을 하나 마련했다고 하자. 분양을 받을 때 단골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수익 보장’이 이루어지려면 그에 따른 위험 가능성까지도 모두 감당해야 한다. 손실이 나면? 고스란히 내가 책임져야 한다.
그렇다면 분양형 호텔은 왜, 어떻게 등장했을까. 정답은 역시 돈이다. 공사 중 분양이 성공하면 투자금 회수가 빨라지고, 넉넉해진 자본은 다른 곳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이를테면 대출금 상환 같은 것?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도 분양형 호텔 사례가 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 이들은 당장의 수익 보장을 자신하기보다 객실 수익에 대한 이익을 나눠 갖는다. 수익을 많이 올릴수록 이익이 높아지니 운영사는 어떻게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게 마련이다.
성공적인 사업 모델과 사기 분양은 ‘한 끗’ 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뜻밖에 활짝 열린 국내 시장에 호텔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야 할까. 호텔 개발업체, 금융기관, 그리고 소비자들까지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단, 그 고민이 돈만을 쫓는 거라면 그것은 곧 위험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한이경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