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청와대가 2019년 11월 7일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강제 추방하기 약 3시간 전에서야 법무부에 관련 법리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법무부는 “강제 출국의 법적 근거가 없으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통일부가 어민 북송 이틀 전인 11월 5일 대북 통지문을 통해 이미 북송 사실을 통보한 상황에서 추방 당일 법리를 주문한 사실은 절차적 위법성 논란을 들여다보는 검찰 수사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는 20일 “2019년 11월 7일 정오 무렵 청와대로부터 탈북어민 북송과 관련된 법리 검토를 요청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법무부는 북한이탈주민법상 비정치적 범죄자 등 비보호대상자는 국내 입국을 지원할 의무가 없지만, 이미 입국한 비보호대상자의 강제 출국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탈북어민을 외국인으로 보더라도 출입국관리법상 강제 출국 조치를 적용하기는 어려우며, 법원의 상호보증 결정 없이 범죄인인도법에 따라 강제송환하는 것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당시 법무부 법무실은 이런 판단에도 ‘추방이 어쩔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무부가 작성한 검토 보고서엔 담기지 않은 내용이라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에 어떤 의견이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당시 정부가 북송 결정을 내린 이후 사실상의 ‘요식 행위’로 법리 검토를 시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북한과 송환 협의를 모두 마친 뒤 추방 3시간 전에야 법무부에 검토를 의뢰하는 건 앞뒤가 뒤바뀐 조치라는 얘기다.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북송 결정 전에 법리 검토를 진행하지 않았고, 그 기간도 너무 촉박했다는 점에서 절차 하자는 분명해 보인다”며 “실정법들이 제대로 검토돼서 (북송 결정에) 적용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법무부에 법리 검토를 요청했던 시점과 이유를 둘러싼 의혹도 커지고 있다. 통일부는 북송 이틀 전인 11월 5일 대북 통지문에서 “(탈북어민 2명을) 이틀 뒤 오후 3시 송환하겠다”고 통보했고, 북한도 이튿날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은 최근 자체 조사에서 11월 5일 이전에 ‘판문점에서 만나자’는 통지문을 북한 측에 보낸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실은 추방 당일 오전 11시30분쯤 언론 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김유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오후 3시 판문점에서 북측으로 송환 예정”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국회 회의장에서 확인하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문제 제기가 쏟아졌다. 공안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미 북송 절차를 끝마친 상황에서 뒤늦게 법적 근거를 남기려 했는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국정원 고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정부의 대북 사전 접촉 정황을 세부적으로 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전 국정원장이 정부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와 관련해 국정원이 언제부터 북한과 접촉해 관련 사항을 논의했는지 등을 재구성하는 중이다. 해외 체류 중인 서 전 원장은 입국 시 통보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양민철 구정하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