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국정과제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민주당이 ‘증권거래세 폐지법안’을 발의했다. 양도소득세 폐지는 수혜를 보는 계층이 부유층이고 대상도 소수지만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사실상 모든 개인투자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투자 정책 방향을 두고 정부와 거대 야당이 대립하며 입법 갈등이 확대될 전망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증권거래세법 폐지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거래대금의 0.23%(농어촌특별세 포함)로 책정돼 있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폐지법안이 통과되면 증권거래세는 향후 3년에 걸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현행 0.23%에서 2023년에는 0.1%, 2024년 0.05%까지 줄어들고 2025년에는 완전 폐지된다.
민주당의 증권거래세 폐지 추진은 윤석열정부의 금융투자 정책 방향과 정반대 노선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양도소득세 유지·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장하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와 대립하며 ‘양도세 폐지·증권거래세 유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같은 내용은 앞서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도 포함됐다.
고 의원은 양도소득세 대신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 수혜 범위의 차이를 들었다. 고 의원실에 따르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규모는 2020년 기준 1조5462억원에 불과한 반면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기준 15조5957억원에 달한다. 고 의원은 “개인투자자 거래대금 비중(72%)을 고려해보면 이 중 7할 이상을 개인투자자들이 부담해왔다는 의미”라며 “증권거래세는 높고 양도소득세는 낮은 기형적 구조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기본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이어 “윤 정부는 예외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대상을 현행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 보유자로 대폭 줄일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대상자는 1만명가량으로 대폭 줄어든다”며 “부자 감세로 인한 막대한 세수 결손은 개인투자자가 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야당과 정부가 정책 방향을 놓고 대립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의석 수를 바탕으로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현실적으로 정부에 있어 뾰족한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모두 소득세법을 다시 개정하지 않으면 이미 정해진 세율을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셈법에 따라 주식 관련 세금을 정쟁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