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망치는 주장들에 맞선 NYT 칼럼니스트의 ‘지적 투쟁’

입력 2022-07-21 20:22 수정 2022-07-21 20:33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인 폴 그루그먼(69)은 20년 넘게 뉴욕타임스에 격주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칼럼 모음집인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는 공공 지식인으로서 크루그먼의 지적 투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크루그먼은 이 책에서 미국 정치의 쟁점들을 다루며 우파의 논리에 맹공을 퍼붓는다. 그는 공화당의 신념과 정책을 “이미 쇠멸되었어야 하는데 여전히 비척비척 걸어 다니며 사람들의 뇌를 파먹고 있”는 좀비에 비유한다.

그가 ‘최강 좀비’로 꼽는 건 부자 감세론이다. “부자 감세가 모두에게 커다란 이로움을 안긴다는 주장만큼 철저하게 검증받고 처절하게 논박당한 경제신조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이 신조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공화당을 꽉 틀어쥐고 있다. 크루그먼은 부자 감세 정책이 번번이 실패했음을 역사적으로 보여주고, 그것이 왜 실패하는지 경제학적으로 설명한다. 부자 감세가 어떤 목적과 누구의 이해를 위한 논리인지 정치적으로 파고든다.

크루그먼은 긴축 논리도 좀비로 본다. 그는 “예산 적자를 우려하며 이를 줄여야 하는 희생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진지하고 우직하게 들린다”고 비꼬면서 경제위기에서 “피해를 더 키우지 않으려면 누군가 기꺼이 소득보다 더 지출해야 한다. 그 중요한 역할을 바로 정부가 해내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기후 변화 부정론은 “바퀴벌레 같은 주장”이라고 말한다. 이미 다 없애 버렸다고 여기는 그릇된 소리인데도 어디선가 자꾸 튀어나온다면서. 사회보장제도와 보편적 의료보험, 오바마케어를 물어뜯는 논리들과도 싸운다. 언론의 실책, 경제학의 실패 등도 다룬다.

크루그먼의 글은 쉽고 분명하다. 그는 논쟁을 피해가지 않으며 중립주의에 안주하지 않는다. “기계적 중립주의는 우파에서 보이는 당파성이 얼마나 치우쳐 있든 좌파도 다를 바 없다며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길은 양당에서 유능한 중도파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태도는 일부러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척 시치미 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