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수장 없는 공정위 ‘집단 멘붕’… 향후 5년 예고편?

입력 2022-07-21 04:05

공정거래위원장 수장 공백 기간이 역대급으로 길어지면서 공정위 내부가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 모양새다. 컨트롤타워 부재로 정책과 인사 모두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공정위 내부에서는 “윤석열정부 향후 5년 동안 공정위 위상을 보여주는 예고편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70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공정위원장 임명은 깜깜무소식이다. 이번주 내로 내각 인선이 완료된다고 해도 공정위원장 후보 지명이 이처럼 늦어진 전례는 없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만에 김상조 후보자를 초대 공정위원장 후보로 지목했다. 박근혜정부 때는 한만수 후보자가 한 차례 낙마했지만, 정부 출범 두달 안에 노대래 위원장이 임명됐다.

공정당국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난맥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내세우는 경제 정책의 큰 줄기는 ‘규제 완화’다. 그런데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게 본연 업무인 공정위는 정작 제 기능을 못하는 실정이다.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 납품단가 연동제, 신속한 인수합병(M&A) 방안, 동일인(총수) 친족범위 조정, 전속고발제 개선 등 윤석열정부 국정과제에 맞춰서 해야 할 일도 산더미이지만 정책 추진 동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사무처장·상임위원 등 내부 인선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한 공무원은 “내부 직원들이 ‘집단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며 “후보자가 지명됐다가 사퇴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니 허탈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도 “이제는 누구라도 좋으니 빨리 수장이 정해졌으면 좋겠다”면서 “현 정권이 공정위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게 인선에서부터도 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