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스러운 편곡 고민… 게임 모르는 분들도 와닿기를”

입력 2022-07-21 20:38
가수 청하가 지난 9일 경기도 용인의 한 스튜디오에서 라이엇 게임즈와 컬래보레이션해 부른 노래 ‘에브리씽 고스 온(Everything goes on)’의 뮤직 비디오를 촬영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과 음악의 컬래버레이션에 가장 적극적인 게임사다. 해외에서는 이매진 드래곤스나 앨런 워커 등 유명 뮤지션들과, 국내에서는 록밴드 국카스텐, 힙합가수 머쉬베놈 등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협업을 펼쳐왔다.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내 이벤트 ‘별 수호자’ 진행에 맞춰 음원 ‘에브리씽 고스 온(Everything goes on)’을 지난 17일 공개했다. 원곡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포터 로빈슨이 불렀고, 국내에서는 가수 청하가 재해석해 한국어로 녹음했다. 이달 중순 경기도 용인의 한 촬영 스튜디오에서 청하를 만나 ‘에브리씽 고스 온’의 한국어 버전을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이 노래가 별 수호자란 게임 이벤트와 관련이 있다는 걸 들었을 때 참 신기했어요. 제 팬분들을 ‘별하랑’이라고 부르거든요. 그분들께도 큰 선물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컬래버레이션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어요.”

청하는 음악적 욕심이 많다. 단순히 가사만 한국어로 바꿔 불러서는 만족을 느낄 수 없었다. 원곡자 포터 로빈슨은 남성이고, 주요 활동 장르가 일렉트로닉 음악이다. 알앤비와 댄스 음악이 주 무대인 여성 솔로 가수 청하와는 음악의 결이 사뭇 다르다. 청하는 “한국스러운 편곡, 케이팝스러운 편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다.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께도 와닿는 곡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원곡자가 남성이고, 템포도 빠른 편이어서 제게 알맞게 수정할 부분이 많았어요. 목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크 앞에 섰던 터라 걱정이 많았는데 곡이 밝은 분위기로 잘 뽑혔어요. 엔지니어분들께 감사하단 얘기를 꼭 전하고 싶어요.”

‘잠시 머물던 우리 스토리 안에서 난 더 흐릿해져도 괜찮아. 떠난 후에도 Everything goes on….’ 원곡의 가사 주인공인 게임 캐릭터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간다. 청하는 거기서 자신과 팬의 관계를 투영했다.

“처음 원문 가사를 접하고는 슬펐어요. ‘내가 떠난 후에도 넌 여전히 괜찮을 거고, 앞으로도 계속 빛날 거야. 슬픔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은 내가 짊어질 테니 울지 않았으면 해’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봤어요. 누구나 세월이 흐르면 잊혀지기 마련이고, 좋은 시절은 한때가 되기 마련이잖아요. 게임의 주제곡이지만, 먼 훗날 제가 팬분들께 해줄 수 있는 얘기로 이중적 의미를 담았어요.”

청하는 이어 “슬픈 가사지만 최대한 밝게 표현해내려고 노력했다”며 “제가 처음 가수로 데뷔했던 당시의 모습을 많이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 곡 ‘와이 돈츄 노(Why don’t you know)’처럼 데뷔 초에 불렀던 트랙들이 많이 생각났고 오디션 그룹 ‘아이오아이’로 활동하던 시절도 떠올랐다”며 “팬분들도 이 노래를 들으면 저와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많이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하는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컬래버레이션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전 반복을 좋아하지 않아요. 다양한 걸 시도해보고 싶고, 겁 없이 들이대고 싶어요. 라이엇 게임즈에서 협업 제안을 해주셨을 때도 정말 감사했어요. 저를 댄스 가수로 알고 계시지만, 사실 이전에 사극이나 드라마 OST에도 많이 참여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활동이 예고돼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