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복을 높이는 저마다의 물길

입력 2022-07-21 04:07

최근 시골로 여행을 떠나는 ‘촌캉스(村+바캉스)’가 뜨고 있다. 비싼 해외여행 대신 국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숙소 예약이 전년보다 241% 늘었고, 그중 시·군 단위 방문객은 무려 408%나 급증했다. 촌캉스의 요체는 고급 호텔이나 유명 관광지가 아닌 감춰진 시골 여행 명소를 찾는 데 있다. 큰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국내 여행지의 재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촌캉스와 같은 현상을 보면 시나브로 공간과 경험을 소비하는 시대가 왔음을 느끼게 된다. 팬데믹과 기후변화, 성장의 한계 등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소유와 행복의 상관관계가 약해졌다. 이제는 먼 미래의 성공이 아닌 특별한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행복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물길에 잠재된 공간적 가치를 다시금 주목하게 만든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물길을 모든 시민이 누릴 수 있는 즐거운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공간 소비에 대한 사회적 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물길의 공간적 가치를 높이는 것은 단절됐던 자연과 인간의 친화성을 회복하는 데 있어 의미가 크다. 물길은 다양한 환경과 생태를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길을 즐기는 것 자체로 물을 아끼는 마음을 높일 수 있고, 큰 비용 없이 자연을 추구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물길이라는 생태의 보고 속에서 체험한 즐거운 경험들은 다시 깨끗한 물 환경과 자연성 회복을 요구하는 선순환 구조로 연결될 수 있다. 자연과 행복이 연동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 친환경 전환을 위한 사회적 동력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의 소득 증대와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도 창출할 수 있다. 환경은 21세기 핵심 자원이다. 자연과 문화 그리고 즐김이 있는 물길은 많은 사람을 부르고, 자연스럽게 경제 효과로 이어진다. 이는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단초가 된다. 이런 기회를 살리려면 물길을 중심으로 문화관광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 일환으로 댐과 하천 주위의 유휴 부지와 주변 공간을 개선하고 생태공원을 활성화하며, 환경 가치를 살리는 데 사회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와 함께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문화관광을 활성화한다면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지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8개 물길 안내서인 ‘여행이 흐른다’를 발간했다. 물길이 주는 가치와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여가 공간을 찾는 국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나만의 감춰진 물길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저마다 경험을 충족하고 심미적 만족감을 주는 물길이 하나쯤은 있기를 희망한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