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전문화되면서 연관 직업들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e스포츠 에이전트’다. 선수들의 계약을 대행하는 것이 주된 기능인데, 최근 들어 에이전트의 활동 범위와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를테면 마케팅 대행부터 일정 관리, 멘탈 케어, 재테크, 언론 대응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선수들이 불공정 계약으로 피해 받지 않고 연습과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이 직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규정이 없다는 데 있다. 검증되지 않은 에이전트의 난립은 e스포츠 선수들과 e스포츠팀 양측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뛰어난 수준의 에이전트가 있는 반면, 사실상 브로커와 다를 바 없는 에이전트들도 있다. e스포츠 에이전트의 특성에 기인한 문제도 있다. 에이전트의 업무상 법률 지식 및 계약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한데, 동시에 e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까지 충족하는 에이전트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e스포츠 에이전트의 규격화와 제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제도로 안착하기까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적지 않다. 이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이고 선결이 필요한 고려 사항은 ‘자격 형태’다.
에이전트 자격 형태는 크게 허가제, 등록제, 신고제로 구분 가능한데 이 중 가장 허들이 높고 까다로운 방식은 허가제다. 이는 자격시험 또는 이에 준하는 수준의 검증방식을 통과해야 자격을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프로야구 선수대리인 공인시험 제도를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등록을 승인하는 등록제의 방식도 있다. 우리나라 축구협회의 선수중개인이 이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신고제의 형태도 고민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 신고만으로 에이전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에이전트가 난립하고 그 권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외에도 e스포츠 종목별 고유의 특성, IP사와의 관계 설정, 구속력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지 여부 등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나라 e스포츠 시장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줄 체계적인 e스포츠 에이전트 제도가 만들어질 때가 됐다.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문성 있는 에이전트들만 활동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좋은 제도는 우수한 에이전트를 낳을 것이고, 훌륭한 에이전트는 선수와 팀의 가치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도경 이상헌 국회의원실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