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참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에게 “한국도 가격 상한제 도입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할 용의가 있다”며 “가격 상한제가 국제 유가 및 소비자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1일 추 부총리와의 전화 통화에 이어 이날 회의에서도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실시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동참을 거듭 요청했다. 옐런 장관은 추 부총리의 동참 의사 표시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향후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원유 가격 상한제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일정 가격 이상으로 입찰하지 않기로 원유 소비국들이 약속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원유 가격 급등에 따른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막고 원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미 양측은 이날 글로벌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자재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압력 심화, 급속한 통화 긴축 파급효과 등 복합위기 상황에서 한·미 간 전략적 경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또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한 양국의 지원, 코로나19 등 국제 보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보강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추 부총리는 “한국도 팬데믹 대응 금융중개기금(FIF)에 3000만 달러를 기여할 계획”이라며 “향후 관련 논의에서도 양국 협력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건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옐런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난 뒤 추 장관과 회동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