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술로 개발 중인 4.5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19일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방위사업청은 이날 오후 KF-21 개발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인근의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KF-21 시제기가 이륙해 약 33분간 시험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착륙했다고 밝혔다. 한국형 전투기 통합시험팀 소속 공군 조종사 안준현 소령이 시제기에 올라 시험비행을 수행했다. 초음속까지 속도를 내지 않고 경비행기 속도인 시속 약 400㎞ 정도로 비행하며 기본적인 기체 성능 등을 확인했다.
향후 4년 동안 2000여 차례 진행될 시험비행에선 고도와 속도를 점차 늘려가고, 미사일 등 각종 장비를 탑재한 상태에서 고속·급선회 기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첫 시험비행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지금까지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유럽 컨소시엄(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뿐이다.
방사청은 “4.5세대 첨단 전투기의 국내 개발 능력이 첫 비행으로 실현됐다”며 “한국형 전투기 개발 성공에 한 단계 더 가까워지면서 국내 항공기술의 새로운 도약과 첨단 강군으로의 비상을 상징한다”고 첫 비행 성공의 의미를 설명했다.
KF-21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으로 2001년 3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공군이 장기 운용 중인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고 기반 전력으로 활용할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구상이었다.
방사청은 사업 타당성 분석, 탐색 개발, 작전요구성능(ROC) 및 소요량 확정 등을 거쳐 2015년 12월 KAI와 체계개발 본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1월 체계개발에 착수했다. 체계개발은 무기체계를 설계하고 시제품을 생산해 시험평가까지 거치는 단계다. 연구·개발 비용으로만 8조8000억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무기개발 사업’으로 불린다.
이날 첫 비행에 성공하면서 본계약 체결 기준으로 6년7개월, KF-X 사업 선언 이후로는 21년4개월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정부는 2026년까지 체계개발을 완료하고 양산화 단계에 진입할 계획이다. 최종 개발에 성공하면 공군은 2026~2028년 초도물량 40대에 이어 2032년까지 80대를 추가해 총 120대를 배치할 예정이다.
KF-21 배치가 완료되면 1970~80년대에 도입돼 운용 중인 F-4 팬텀과 F-5 제공호 등 노후 전투기들을 대체하게 된다. 공군이 현재 운용하는 전투기 410여대 가운데 100여대가 F-4, F-5 기종이다. 도입된 지 30~40년이 지난 이 기종들은 노후로 인한 사고가 잦고 조종사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