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치솟는 물가에 취약계층의 밥상이 더욱 빈약해지고 있다. 한창 먹어야 할 아이들의 끼니도 위축됐다. 한 끼 7000원 한도의 ‘꿈나무카드’를 지원받는 저소득층 아동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갈수록 줄고, 외식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보육시설 아이들은 이제 나가서는 밥 먹을 곳을 찾기 어렵다. 시민사회단체들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물가가 올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재앙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기초생활보장 급여 수준을 정하는 기준중위소득 대폭 인상을 호소했다.
차모(12)군은 최근 식당 앞에서 메뉴판을 본 후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4년째 꿈나무카드를 사용하는 차군이 사먹기엔 밥값이 너무 오른 탓이다. 꿈나무카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결식 우려 아동에게 서울시가 보조하는 급식카드다. 가맹 식당·편의점 등에서 쓸 수 있는데 하루 한 끼 기준 금액은 7000원이다.
차군은 19일 “김밥에 떡볶이만 먹어도 7000원이 넘어서 대부분 편의점에 가서 먹거리를 사는 데 쓴다”며 “2주 전에는 집에서 혼자 중국집 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탕수육이 먹고 싶었지만 그러면 다음 날에 밥을 먹을 수 없어 참았다”고 말했다.
솟구치는 물가를 꿈나무카드 지원액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빈곤층 아이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차군은 하루 한 끼 기준 7000원에 등교 일수를 곱한 만큼의 금액을 매달 지원받는다. 등교 일수에 따라 지원액이 매월 달라지는 것이다. 하루 2만1000원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총액은 정해져 있어 7000원을 넘기면 그만큼 다른 날 덜 쓸 수밖에 없다.
식당뿐 아니라 편의점 등에서 식품류를 살 때 가격표를 한번 더 살피는 경우도 잦아졌다. 차군은 “작년까지는 카드로 과일도 사 먹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지금은 너무 비싸져서 살 때마다 고민이 된다”며 “지원금이 늘어서 고민을 덜하고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가 있는 차군이 편의점을 이용할 땐 엄마 김모(44)씨가 대부분 동행한다. 꿈나무카드는 아동만 쓸 수 있는데, 차군이 혼자 거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차군이 꿈나무카드를 쓰는 걸 보고 친구들이 놀린 뒤로 혼자 카드 쓰는 것을 꺼리게 된 것도 몸이 불편한 엄마가 동행하는 이유다. 김씨는 “아이 영양을 위해 달걀과 우유를 가장 많이 사는데 편의점에서 5000원 정도 하던 달걀 한 판이 최근 8000원까지 올랐다”며 “편의점도시락이라도 함께 사고 나면 한도 금액이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외식물가 상승도 모자에겐 체감 정도가 다르다. 김씨는 “얼마 전에는 아이가 너무 먹고 싶어 해서 근처 치킨집을 찾았는데 한 마리 가격이 2만1000원이었다”고 말했다. 차군에겐 치킨 한 마리가 사흘치 끼니와 맞먹는 것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시에서 꿈나무카드를 이용하는 아동은 1만6987명이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