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지지율 급락에도… “내분으로 비칠라” 입다문 국힘 중진들

입력 2022-07-20 00:04
권성동(가운데)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성일종(왼쪽) 정책위의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원내대책회의를 열기 위해 국회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며 여권 전체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중진의원들이 경륜을 담은 조언과 쓴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내놓으면서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과 이준석 당대표 간의 갈등 등 위기 상황에서 중진의원들이 조정 능력을 발휘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실 인사 논란과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체제를 둘러싼 잡음 속에서도 중진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스탠스를 이어가고 있다.

중진의원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중진은 집안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입장을 내놓을 경우 당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국민의힘 5선 의원은 1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단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출범했으니, 수습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이 시점에 중진 의원들이 괜히 나섰다가는 또 한 번 당 내분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5선 의원도 “내부적으로는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전달하고 있다”면서도 “마이크를 잡고 외부에 떠들면 분란밖에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기 위해 조용히 움직이는 것일 뿐이지, 팔짱을 낀 채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중진의원들이 침묵하면서 당 내부의 중재·조정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 내부의 분열과 혼란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중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5선의 조경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권 교체가 됐는데도 당이 유례없이 어려운 길로 가고 있는데, 중진의원들이 직언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않아 답답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최근 여러 의원으로부터 중진들이 의견을 모아 당 지도부나 대통령실에 적극적으로 전달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적절한 시점에 모임을 갖고 얘기를 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중진의원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차기 지도부 체제 등과 관련해 중진의원들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조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도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선 현재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는 역부족”이라며 “권 대행은 원내대표 역할에 집중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5선의 한 중진의원은 “현 체제를 쉽게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다고 해도 비대위를 이끌 마땅한 사람이 없고, 이는 당내 주류 의견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중진의원들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심 없이 행동하는 정치 선배의 모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승은 강보현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