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용의 출현’… 압도적 승리 재현한 압도적 화면

입력 2022-07-20 04:04
영화 속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한산도 앞바다에 학익진을 친 모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에겐 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한산도 앞바다에서 왜군을 물리친 전라 좌수사 이순신(박해일)은 완벽한 승리였다는 부하의 말에 이렇게 대답한다. 조선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 같았던 시기, 이순신은 치밀하게 구상하고 냉철하게 판단한다. 조용하지만 힘이 있고, 거침없이 진격하면서도 무모한 싸움은 하지 않는다.

1592년 여름, 이순신은 거북선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진법을 구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직전의 전투에서 이순신에게 패한 왜군 와키자카(변요한)는 철판으로 겉을 뒤덮고 화포를 장착한 배를 동원해 거북선에 맞설 준비를 한다. 같은 시각 거북선의 설계도를 도난당한 이순신은 거북선 설계자 나대용(박지환) 장군을 찾아가 다음 해전에서 거북선을 쓰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순신은 마침내 학익진을 구상한다. “바다 위에 성을 쌓는다”는 말에 경상우수사 원균(손현주)은 불가능하다고 맞서지만, 이순신은 출정을 감행한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렸다. 2014년 관객 1700만여명의 박스오피스 대기록을 세운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19일 열린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변요한과 김한민 감독, 박해일(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19일 시사회에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전쟁 초기 조선이 끝장날 수 있었던 시기에 이순신은 혁신적인 무기를 갖고 완벽한 진법을 구사했다. ‘한산’이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무한한 자긍심과 큰 위안, 용기로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런 감정을 요즘 ‘국뽕’이라 하는데 이번 영화는 위로와 연대감을 주는 ‘국뽕 너머의 국뽕’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현대의 기술로 조선시대의 해상전을 구현했다. 현대의 전투를 보는 것 같은 압도적 회면은 강원도 평창의 VFX 세트장과 전남 여수 세트장에서 만들어졌다. 김 감독은 “전작 ‘명량’에선 바다에 배를 띄웠지만 이번엔 바다에 배를 전혀 띄우지 않았다”며 “학익진을 바다 위에 띄워 성을 쌓는 건 실제로 구현하기 힘들지만 기술이 발전했고, 노하우가 쌓였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빛났다. 주인공 이순신뿐만 아니라 변요한 안성기 박훈 김성균 김성규 등의 열연은 영화의 긴장감과 재미를 더했다. 탐망꾼 임준영역을 맡은 옥택연, 임준영을 도와 조선군 첩자 역할을 한 기생 정보름역의 김향기도 감초 같은 역할을 했다.

박해일은 “‘명량’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 선배가 화염방사기 같았다면 ‘한산’의 이순신은 물같이 섞이는 인물”이라며 “이순신 주변의 배우들이 잘 드러나는 방식으로 연기하길 감독님이 바라셨다. 대신 이순신이 안 나타나는 장면에서도 다른 수군이나 왜군을 통해 이순신의 세밀한 전략이 나타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순신은 실제로 말수가 적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들었다”며 “연기의 절제가 무엇인지 배웠고, 절제하는 가운데서도 에너지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저만의 숙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27일 개봉.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