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큰손’들이 붙잡힐 때마다 주로 언급하는 마약 공급 ‘상선’의 이름이 있었다. ‘사라 형님’ 혹은 ‘사라 김’으로 통칭되던 김모(47)씨였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판 박모(44)씨, 탈북자 출신 마약 공급자 최모(35)씨와 함께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렸다. 김씨는 앞서 검거된 박씨와 최씨에게도 필로폰과 합성대마 등을 공급한 국내 마약 유통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었다.
경찰이 전국 13개 수사관서에서 수배령을 내렸지만 베트남에 거주한다는 김씨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았다. 2019년 6월 인터폴 적색수배서가 발부되면서 국제 공조가 본격화됐다. 경찰은 지난 5월 베트남에 경찰관을 파견해 공동조사팀을 꾸렸다. 3년의 공조 끝에 김씨에 대한 포위망도 좁혀졌다. 결국 경찰은 지난 17일 베트남 공안과 함께 호찌민 시내 한 주상복합 건물을 급습해 김씨를 체포했다.
그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인도네시아인 밀집지역 등에서 주로 거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은신처를 덮쳤을 때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한 데다 피부도 검게 그을린 김씨는 외국인 행세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 위조 여권도 소지하고 있었다.
19일 국내로 강제송환된 김씨의 과거 직업과 행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마약 관련 전과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다는 풍문도 있지만, 확인되진 않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김씨의 마약 유통 혐의와 범죄수익 은닉 혐의 등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공범으로 특정된 국내 판매책만 20여명에 달하고, 마약 유통 규모도 확인된 것만 최소 70억원에 이른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