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자동차 리스·할부금융사에 대한 검사에서 ‘고무줄 식’ 잣대를 들이대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애초에 중도해지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했다가 소폭 올린 업체에는 개선 명령을 내린 반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수료율을 산정한 업체에는 면죄부를 줬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금감원은 현대캐피탈에 대해 자동차 운용리스 상품을 중도해지한 고객에게 부과하는 수수료가 과다하다며 ‘개선’ 조치를 내렸다. 운용리스는 약정 기간 동안 매월 일정 사용료를 납입하고 차량을 임차해 사용하는 금융상품이다. 이 조치는 지난 2019년 5월 금감원이 자동차 리스 중도해지 시 고객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남은 리스 계약 기간에 따라 체감하는 방식으로 약관을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과거 대부분 금융사들은 중도해지수수료율을 리스 잔여기간과 관계 없이 동일하게 적용해 고객들의 원성을 샀다. 그러나 약관이 바뀌면서 중도해지 고객은 리스 계약 기간이 적게 남을수록 낮은 중도해지 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대부분 상품에서 수수료 40%를 산정했던 현대캐피탈은 약관 개정에 따라 중도해지 수수료 최고요율을 45%로 설정하고 잔여기간에 따라 낮아지는 식으로 수수료를 차등 부과했음에도 금감원의 제재를 받았다. 최고요율이 이전 수수료율보다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제재 공시를 통해 “중도해지수수료 최고요율을 인상함에 따라 조기 중도해지 고객의 부담이 증가하고 중도해지수수료 평균 금액이 상승하는 등 불합리하게 운영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수수료를 9~40%로 변경했다.
그러나 지난달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정기검사를 받았던 BNK캐피탈은 최고요율을 올렸지만 금감원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 BNK캐피탈은 2019년 5월 이전에 리스 실행일로부터 24개월까지 35%, 24개월 초과시 30%의 수수료율을 적용했다가 현재는 최고요율 80%을 적용하고 있다. 금감원이 현대캐피탈에 개선을 요구한 논리를 끌어오면 BNK캐피탈의 수수료 산정 체계도 초반 중도해지 고객의 부담을 늘리기에 개선 조치를 받아야 했지만 같은 조치는 없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 금융을 테마로 잡아서 (검사를) 나가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검사 당시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더욱이 금감원은 금융사간 절대적 수수료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반쪽짜리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뀐 약관이 개별 회사의 과거 수수료율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9년 이전 수수료율을 40%로 설정했던 금융사가 최고요율을 41%로 설정하면 금감원의 제재를 받을 수 있지만, 70%였던 금융사는 최고요율을 69%로 설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80%대 최고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