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레드오션? 수요 창출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입니다”

입력 2022-07-19 04:05
민연태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동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원장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 원장은 “농업에도 슘페터식 혁신(창조적 파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민연태(63)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하 농금원) 원장은 자타 공인 농정 전문가다.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을 시작해 농정만 벌써 29년째 살펴 왔다. 그가 요즘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차세대 농정'이다. 농식품 창업을 지원하는 펀드 규모는 불과 2년 사이 배로 커졌고 기후변화로 농업재해보험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려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사고방식으로 농정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블루 오션'인 신(新)농업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고 강조한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동에 위치한 농금원 원장실에서 만난 민 원장은 "농업은 '레드 오션'이 아닌 '블루 오션'"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간접 지원만 있다면 얼마든지 수요가 창출되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민 원장은 "건강기능식품 원료의 국산화 등 창출할 수 있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수단 중 하나로는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를 꼽았다. 민 원장은 "신규 창업농 지원을 위해 여러 가지 펀드를 만들고 있다. 펀드 규모는 올해 2206억원으로 2년 만에 배로 커졌다"고 말했다. 농업인 소득 안전망인 농업정책보험과 관련해서는 "규모를 더 키우고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촌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젊은 층이 유입되는 긍정적인 부분도 엿보인다. 농정 전문가로서 앞으로 농정이 가야할 방향이 있다면.

“일단 농업은 ‘레드 오션’이 아니라 ‘블루 오션’이다.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으로 소득이 적다고 하는데 건강기능식품 원료의 국산화 등 창출할 수 있는 수요가 많다. 건강기능식품 원료 대부분은 수입하는데 이를 국산화할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가 지원하면 엄청난 수요가 창출될 것이다. 이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을 혁신해야 하고 농촌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늘려야한다. 관광·숙박이 가능한 네덜란드의 ‘애그로 파크’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또 수출을 위한 대규모 국산화 단지 등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다 같이 논의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농금원이 조금 생소하다.

“농금원은 다양한 농림수산정책자금 관리·윤용을 위해 2004년 출범한 공공기관이다. 2000개 안팎의 금융기관에서 농어업인에게 지원하는 26조원 규모 정책자금 대출금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정부·민간이 공동 조성해 기업에 투자하는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를 운용하는 역할도 맡았다. 2015년 이후로는 자연재해에서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농업정책보험 관리 및 제도 개선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도시 일자리 부족으로 귀농·귀촌해 창업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만큼 ‘펀드’가 눈에 띈다. 어느 분야에 주로 지원하나.

“기존에는 펀드 투자를 지역으로 치면 수도권이나 분야 상으로는 마켓컬리와 같은 플랫폼 기업에 치중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적으로는 지방, 축산분뇨의 친환경 처리와 같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스마트팜과 같은 푸드·애그 테크, 신규 창업농 등 4가지 분야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일례로 농업 데이터 플랫폼 운영사인 그린랩스와 같은 경우 76억원 정도 지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매출액이 1000억원 규모까지 늘었다. 기업 가치는 8000억원 규모로 알고 있다.”

-매년 펀드 규모가 늘고 있는데, 올해는 어느 분야 지원에 중점을 둘 예정인가.

“보통 정부출자금과 민간자금을 합쳐서 연간 1100억원 규모 펀드가 조성됐다. 그런데 지난해의 경우 1933억원으로 규모가 급증했고 올해는 2206억원까지 늘었다. 2년 만에 배로 늘었다. 올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농업, 그리고 건강한 장수사회 견인할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과 관련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지금처럼 국제 식량 공급망이 불안한 경우 농업이 스마트화될 필요가 있다. 국내 생산량을 늘려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비수도권의 경우 투자를 받고 싶어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 지난해는 전북 익산시 식품클러스터, 지난 1일에는 경북 예천군에 투자지원센터인 ‘가온누리 인베지움’을 설립했다. 지자체 유관기관과 협업해 네트워크를 구축, 농업인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하자는 취지다.”

-농금원 업무 중 보험 업무도 눈에 띈다. 기후변화로 농작물 피해가 늘고 가축질병으로 축산 피해도 늘고 있는 만큼 역할이 커져야 할 거 같다.

“앞으로는 기후변화로 농업재해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농가 스스로 시설 현대화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경영 안전망이 필요하다. 소득 안전망인 공익직불제는 정부가 정리를 잘 하고 예산을 늘릴 계획이다. 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5조원까지 규모를 불리기로 했다. 그런데 다른 한 축인 경영 안전망을 전담하는 보험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품목 수도 확대해야 하고 농업인 안전보험도 사회보험 수준까지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향후에는 품목별 보험이 아닌 농가단위 소득보장보험 형태로 변해 갈 필요도 있다. 그래야 재해 등으로 가격이 하락해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진다.”

-민간 보험이 해야 할 일 아닌가.

“농업정책보험 중 재해보험의 경우 워낙 고위험이고 보험료율 책정도 어렵다. 현재로서는 정책적 지원 없이는 민간 보험으로 자리잡기가 힘들다. 민간 보험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교두보 역할 해야 한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